카드업계 숙원사업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될까…'안정성'은 과제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04.14 10:52 / 수정: 2025.04.14 10:52
전용계좌 허용시 은행 수수료 절감…소비자 혜택 강화 기대
카드사들이 고객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결제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카드사들이 고객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결제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가맹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업계가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을 다시 추진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 절감으로 신상품을 통한 소비자 혜택 제공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의 지급결제 안정성 확보 요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국회의원 3명과 업계 주요 관계자들과 '민생 경제 및 여신금융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을 요청했다.

지급결제 전용계좌는 카드사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고객과 거래할 수 있는 결제계좌다. 지급결제 전용계좌가 도입되면 비용절감, 자체 금융서비스 확대, 데이터 확보 용이성 증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카드사들은 설명한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를 위해 은행 계좌와 연계해 일정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하고 있다. 실제 카드사의 연간 평균 은행 수수료는 약 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 4개 카드사는 지난 2020년 3650억원 △2021년 3321억원 △2022년 3290억원 △2023년 3346억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지급했다.

수수료 절감분을 활용한다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카드사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카드사 가맹 수수료율을 지속 인하해 왔다. 올해 기준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기준 가맹 수수료율은 0.50%에서 0.40%로 0.1%p 인하됐다. 카드 이용실적을 살펴보면 수수료율 인하가 본격화한 지난 2014년 562조원에서 2022년 956조원까지 카드 이용은 증가했으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같은 기간 7조1300억원에서 4조81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지급전용 결제계좌를 수익사업으로 보는게 아니고, 카드사 본업인 가맹수수료 수입이 너무 낮아 새로운 사업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은행 수수료 비용 절감은 결국 적정한 마진 확보에 도움이 되고, 이는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 은행업권을 비롯해 한국은행에서 지급전용 결제계좌에 대한 안정성을 지적한다는데 있다. 지난 2020년, 2021년, 2023년에 카드사 종합지급결제업무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한국은행과 은행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국은행은 카드사의 지급결제 전용계좌가 도입된다면 비은행권이 은행과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지적하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은행법에 따른 건전성 규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서 규제 차익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지급불능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은행만큼의 '규제 안전장치'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카드사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이 논의됐던 2023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SVB는 고객 예금으로 장기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에 투자했는데,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시장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가운데 고객들 사이에서 파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뱅킹의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인출이 일어나 은행과 금융당국이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제2금융의 경우 지급불능 사태가 생겼을 때 한은에서 은행처럼 지원 못하기 때문에 제2금융이 전용계좌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를 불안해 하는것 같다"면서 "SVB 파산에서 보듯, 과거 자동현금지급기(ATM) 시절과 달리 하루아침에도 뱅크런으로 인해 금융사가 파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카드사 전용계좌도) 보수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급전용 결제계좌 도입을 위한 별도의 안정성 확보 규제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은행과 비교해 자본력이 약하기에 예금보험제도와 같은 고객 자금 보호제도를 마련하고, 지급결제 계좌의 용도를 철저히 분리해 위험자산으로 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또 보험사에 도입된 지급여력(K-ICS)비율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감독당국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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