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고속 성장했던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줄줄이 위기에 빠졌다. 최근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며 적자가 확대되고 결국 일부 업체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발란의 기업회생을 시작으로 명품 플랫폼들의 영업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머트발(머스트잇, 트렌비, 발란)'로 불리는 1세대 명품 플랫폼은 물론 젠테 등 후발주자 플랫폼까지 늘어나는 부채에 흔들리고 있다.
먼저 발란은 지난 4일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개시가 결정됐다. 발란은 한때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1조 클럽' 진입을 목표로 삼았지만 입점업체에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결국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발란은 올 1분기 내 계획했던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지게 됐다"고 적었다. 발란은 지난 2023년 기준 자본총계 -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기업가치도 2년 전 대비 10분의 1 수준인 약 300억원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환불 절차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판매대금 정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소비자 및 판매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물품을 배송받지 못하거나 환불받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는 회생절차에 따라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채권신고를 할 수 있다.
현재 최 대표는 입점업체들로부터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발란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6월 27일까지로 법원이 회생 인가 여부를 결정한 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경쟁 플랫폼인 머스트잇도 상황은 비슷하다. 머스트잇의 지난해 매출은 119억원, 영업손실은 79억원으로 매출의 경우 전년대비 52.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3600만원 확대됐으며 당기순손실은 84억원에 달한다.
최근 사내이사인 송호진 COO(최고운영책임자)와 김금동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물러나며 조용민 대표만 이사회에 남은 상태다. 이는 지속되는 적자를 막지 못하자 주요 임원들이 물러나는 등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조용민 대표는 회사의 73.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불안한 시장 분위기가 계속되자 머스트잇은 14일 보수적 재무 전략과 유동성 중심 운영 기조를 바탕으로 내실 강화에 집중하며 반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손실은 외형확대보다 고정비 효율화와 정산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고 재고자산 정리와 임대차 조정 등 일회성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계는 약 110억원으로 이 중 83억원이 당좌자산으로 구성돼 전체 자산의 99% 이상이 유동자산"이라며 "예수금은 약 33억원, 유동부채는 약 41억원으로 유동비율(단기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은 약 270%로 단기 부채에 대한 지급 여력이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트렌비는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영업손실 102억원, 2021년 330억원, 2022년 208억원에 이어 2023년 32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트렌비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인력을 감축하고 광고선전비를 줄이는 등 기존 정책을 개편했다.
이 가운데 트렌비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개선되며 올해 3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14일 밝혔다. 트렌비의 지난해 1, 2분기 영업손실은 19억6000만원, 3분기는 8억7000만원이었지만 올해 3월 2000만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트렌비 관계자는 "새 상품 판매와 중고 비즈니스 두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 확장세를 타고 있어 앞으로도 이익 전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젠테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5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2억원, 당기순손실은 7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시리즈B 라운드 투자 유치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산 주기를 단축하고 유동 자산을 공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발란 사태'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라는 특수 호황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신뢰를 회복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