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관세 변덕에 지옥 천당 오간 개미들…"트럼프 리딩방" 볼멘소리도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4.13 00:00 / 수정: 2025.04.13 00:00
관세 유탄에 흔들린 증시…'블랙 먼데이'부터 급등까지
코스피 2200 붕괴→660포인트 반등…변동성 장세 장기화 우려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에 따라 7일 블랙 먼데이를 맞이했다가, 9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다시 급등하는 등 요동친 한 주를 보냈다. /AP. 뉴시스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에 따라 7일 '블랙 먼데이'를 맞이했다가, 9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다시 급등하는 등 요동친 한 주를 보냈다. /AP. 뉴시스

[더팩트ㅣ정리=황지향 기자] 어느덧 4월도 중순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기운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국내외 경제계는 여전히 긴장된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 금융, 산업 전반에서 중대한 변곡점들이 이어지며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는 이번 주 극심한 널뛰기 장세를 겪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효와 돌연 유예 조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등 굵직한 뉴스들이 맞물리며 코스피는 일시적으로 2200선까지 밀렸다가 하루 만에 6.6%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메시지 한 줄이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투자 심리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이 관심을 모았습니다. 김승연 회장이 직접 ㈜한화 지분을 세 아들에게 증여한다며 수습에 나섰고,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규모를 1조3000억원 축소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신속한 심사에 착수했지만, 일반 주주와 대주주 간 이해 충돌 문제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분기(1~3월) 나란히 선방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갤럭시S25 흥행에 힘입은 삼성전자와 구독 및 B2B 사업 다변화에 성공한 LG전자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트럼프 정부의 예측 불가한 관세 정책에 따라 2분기 실적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블랙 먼데이'부터 '매도 사이드카'까지…변동성에 갈피 잃은 투자자

-국내 증시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미국발 관세 우려가 자본시장에 연일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지난주 금요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선고를 통해 전격 파면되면서 증시에 깔린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번 주 일부 해소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마저도 효과가 미미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한 주간 증시 분위기를 정리한다면요?

-이번 주 증시는 애초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어붙어 보합권에 머무를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증시는 매도와 매수세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일 이어졌는데요. 코스피 기준 하루 만에 5% 폭락으로 한 주를 열더니, 목요일엔 거짓말처럼 폭등하는 등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주간이었습니다. 금융 당국도 8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하면서 불안감에 떨고 있을 투자자들을 달래기도, 급등할 때는 매수 사이드카로 과매도를 막는 등 유난히 바쁜 한 주를 보냈고요.

-그렇군요. 아무래도 관세와 탄핵, 환율, 주요 기업들의 실적 등 다양한 변수가 증시를 지배하고 있는 듯한데요. 이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은 걸 꼽으라면요.

-역시 관세라고 봐야겠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25%)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날, 시장은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는데요. 시장이 관세 우려에 대한 충격을 미리 받아들이면서 선반영된 주가로 거래돼 왔다는 해석입니다. 오히려 관세 발표 직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요.

관세 변덕에 휘말린 코스피는 11일 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0.51% 내린 2432.68에 장을 마감하면서 2400선을 지켜냈으나, 안심하기 이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관세 변덕에 휘말린 코스피는 11일 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0.51% 내린 2432.68에 장을 마감하면서 2400선을 지켜냈으나, 안심하기 이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다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발표한 관세 정책이 한국시간 9일 오후 1시 1분부터 전 세계에 발효되기 시작하자 증시가 급락하고 금리가 폭등하는 등 시장 파급력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인데요. '블랙 먼데이'로 2300선까지 떨어진 코스피가 9일에는 2200대까지 주저앉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코스피가 2200선까지 떨어진 것은 무려 1년 5개월 만입니다.

-코스피가 작년에는 단 한 번도 2200선까지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군요. 그런데 다음 날인 10일, 시장엔 주가 급등을 억제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지 않았습니까? 하루 만에 또 분위기가 바뀐 원인은 뭔가요.

-키워드를 꼽자면 바로 '변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발효된 날 아시아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뉴욕증시가 개장하자마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지금은 매수하기 정말 좋은 시기"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요.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부과할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치 관세가 증시를 내리는 정도를 줄여줄 테니 지금 주식을 싸게 사서 이득을 보라며 투자를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한 셈이죠.

-여파는 컸습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처음 봤을 때, 주식 매수를 권유해 수수료를 챙기고 투자에 책임을 지지 않는 '리딩방'처럼 느껴진다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으니까요. 급락 공포에 좌절하고 있는 투자자들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로도 비친다는 견해도 일부 나왔습니다.

-심지어 증시는 '깜짝' 관세 유예로 보란 듯이 폭등했습니다. 뉴욕증시 대표 지수 중 하나인 나스닥 지수는 하루에만 12% 급등 마감하면서 2001년 닷컴버블 이후 무려 24년 만에 역대 두번째로 높은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고요. 10일 국내 증시도 외인이 10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하고, 코스피가 6.60% 급등 마감 등을 기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증시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그렇군요. 관세가 그만큼 증시에 주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으로도 보이네요. 앞으로 증시 향방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투자자들이 이번 주 내내 지옥과 천당을 오가다 보니 약보합 마감한 금요일 장에서는 다소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졌다는 견해가 지배적인데요. 그렇다고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긴 이르다는 분석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유예할 때 중국을 상대로는 오히려 합계 관세를 145%까지 올렸기 때문에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적으로 격화할 가능성도 높고요. 소폭 꺾이긴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죠. 개인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주시하면서 당분간 신중한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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