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에너지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탄발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가스터빈, 풍력, 수소 등과 같은 친환경에너지 분야의 신설 법인과 사업들이 진용을 갖추고 있다.
11일 두산에너빌리티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석탄 중심 계열사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신규 법인 설립에 나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2년 영국 법인 '두산 바브콕' 매각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미국 내 원전 계측제어 계열사였던 'HF Controls', 정·하수 슬러지(부유물질) 처리 및 에너지화 기술 전문 기업 'Enpure', 2024년에는 미국법인 'Doosan Power Systems America' 청산을 완료했다.
빈 자리는 친환경 계열사들이 채웠다. 2023년 12월에는 '두산지오솔루션'을, 지난해 1월에는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을 각각 신설했다. 전자는 해상풍력·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사업을 수행한다. 후자는 배터리 재활용 등 산업·생활 폐기물 자원화 사업을 한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다.
이처럼 두산에너빌리티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법인 단위'로 설립한 것은 친환경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체질 개선을 하겠다는 의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22년 사명을 두산중공업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꾸며 일찌감치 친환경 기업으로의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에너빌리티'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합친 단어로, 그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의 'enable(인에이블)'의 뜻도 포함돼 있다.
올해는 비화석 분야로의 체질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비화석 분야 수주계획은 10조7000억원으로 올려잡았다. 전년 7조1000억원보다 51% 증가한 수치다. 체코 원전 포함한 원자력 분야 4조9000억원, 가스·수소 분야 3조4000억원, 신재생 1조원, 일반 건설 및 주단조 등 1조4000억원 등이다.
석탄 사업은 1% 미만으로 낮추고 오는 2029년까지 0% 수준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비화석 분야 수주계획을 높여 잡은 이유는 올해부터 주력 사업 분야인 원전과 가스터빈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전,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하는 가스터빈은 모두 무탄소 발전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전동화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미래 시대의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규모는 현재 396기가와트(GW) 수준에서 2050년 916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마존,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세라위크 2025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세계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최소 3배 확대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14개 글로벌 금융기관도 원자력 산업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성장 가능성도 밝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대형원전 및 SMR, 가스터빈 등 전방부문의 수주 증가로 에너빌리티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SMR 시장의 개화, 글로벌 신규 대형 원전 증가, 국내외 가스터빈 기자재 수요 확대가 장기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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