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현 체제 1년' LIG넥스원 내부 갈등 격화…호황 속 비상경영에 직원들 '부글부글'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5.04.11 11:02 / 수정: 2025.04.11 11:43
CEO 신년사에 직원 공개 반박
노조, '교섭 전략 부재'로 지회장 탄핵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8일 경기 성남 판교하우스에사 소통 간담회 L-Committee를 연 자리에서 비상 경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LIG넥스원 판교하우스. /LIG넥스원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8일 경기 성남 판교하우스에사 소통 간담회 L-Committee를 연 자리에서 비상 경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LIG넥스원 판교하우스. /LIG넥스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방위산업이 호황기를 맞은 가운데 LIG넥스원은 내부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성과급으로 사내 갈등이 커지면서 노동조합 지회장 탄핵 사태까지 발생했다.

1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LIG넥스원 신익현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은 올해 초 팀장급 이상에게 '비상 경영'에 나선다는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14일 댓글 및 자유게시판에는 'CEO 신년사에 대한 직원 답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모든 직원의 우울함과 자괴감을 105%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드리기 바란다"며 "저가 수주와 더불어 예상하지 못한 환경에서 환헤지를 통해 700억원의 손실을 감당하기도 했다. 최대 성과에 비상 경영이라는 모순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들은 예전과 다른 행동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올해의 행동방침은 대우받은 만큼 노동력을 제공하고, 노력에 대한 보상 약속 요구 등"이라며 "회사 수주잔고가 20조원에 육박하는데 직원으로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직원들을 무시 못 하는 현재의 불의에 대항해 할 말은 하는 DNA를 직원에게 심어주도록 하겠다"며 "직원 모두가 세대를 막론하고 하나 된 단결성을 바탕으로 끈기 있게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LIG넥스원의 지난해 실적은 방산 호황기와 맞물려 준수했다. 지난해 매출액 3조2771억원, 영업이익 23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23.8%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실적 대비 성과급은 직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LIG넥스원은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영업이익의 10%를 2월 말에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기준은 정액 지급 방식에서 정률 지급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사무연구직은 기본급 105%로 변경됐고, 저연차는 전년도보다 성과급이 줄게 됐다. 일부 신입사원은 3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사원은 영업이익은 늘어나고 있는데, 경쟁사보다 보상이 적다면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로템 등 경쟁사와 비교할 때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을 기록한 뒤 직원들에게 기본급 710%와 일시금 500만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매출 4조3766억원, 영업이익 4566억원을 기록한 뒤 직원들에게 기본급 500%와 일시금 1800만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황기를 맞은 주요 방산업체들이 직원들과 성과를 공유한 반면 LIG넥스원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신익현 LIG넥스원 사장이 지난해 11월 26일 경북 구미하우스에서 열린 대형수조 시험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LIG넥스원
신익현 LIG넥스원 사장이 지난해 11월 26일 경북 구미하우스에서 열린 대형수조 시험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LIG넥스원

이 가운데 LIG넥스원 교섭대표노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LIG넥스원지회 지회장 A씨는 지난 4일 조합원 표결을 거쳐 임기 3년 중 1년만 채우고 '탄핵' 당했다.

조합원들은 A씨가 지회장으로서 사측과 '교섭 전략'이 없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는 오는 13일까지 등록 기간과 20일까지 선거 운동 기간을 거쳐 이달 중후반 후임 지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처우 미흡이 노조 지회장 탄핵까지 연결된 셈이다.

신익현 사장은 지난해 1월 사장으로 취임한 뒤 임기 2년 차를 맞았다.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신 사장은 LIG넥스원에서 C4ISTAR사업부문장 등을 지내다가 지난해 1월 사장으로, 같은 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조직 관리 성적표는 낙제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성과급 논란에 이어 최근 신 사장의 '비상 경영' 발언도 사내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지난 8일 경기 성남 판교하우스에서 개최한 소통 간담회 L-커미티(Committee)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관세 정책 등을 언급하며 비상 경영에 나선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는데도 비상 경영을 언급한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이와 관련 LIG넥스원 관계자는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성과급과 관련해선 노사 합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성과급은 노사 합의에 따라 영업이익 10% 내 재원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처우와 관련해서는 노조 집행부가 새롭게 구성된 뒤에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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