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 환율 출렁…4월 한은 금통위서 기준금리 동결할까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4.11 11:15 / 수정: 2025.04.11 11:15
오는 17일 한은 금통위 선택 관심
한은 4월 금리 동결 관측 우세…5월 금리인하 전망 무게
한국은행이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둔 가운데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모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둔 가운데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모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둔 가운데 기준금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로 관세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4월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섣부른 금리인하는 원화 가치 하락과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5월 인하론에 무게가 실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현 기준금리는 2.75%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 각각 0.25%포인트씩 총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한 건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번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3개월 금리전망에 있어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중 4명은 3개월 내 2.75% 수준 유지할 가능성 크다 의견을 냈고 나머지는 2.75% 보다 낮을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 의견을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입'에 따라 환율이 출렁이면서 당분간 환율도 방향성을 잡기 어려워졌다.

이날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4원 내린 1454.0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145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각국의 상호관세 적용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수직 낙하했다.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던 환율이 '트럼프의 입'에 따라 요동치고 있는 모습이다.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격화 우려로 지난 9일 1490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환율이 '롤러코스터'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금융시장 공포감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환율 변동이 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이 더 커지며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가치 하락도 우려된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9일 국내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택가격 강세,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감안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2.75%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으로 국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 2월 서울시가 잠실, 삼성, 대치, 청담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주택거래량이 급등하며 안정세를 보이던 은행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3월 가계대출은 738조5511억원으로 전달 대비 1조7992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 전달 대비 4762억원 하락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다.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 IB업계에서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1.2%에서 0.9%로, 골드만삭스는 1.8%에서 1.5%로 낮췄다. 한은 역시 지난 2월 미국의 관세 부과를 전제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데 비중을 두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13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낮은 성장세'를 예상한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시기와 속도는 가계부채, 주택가격, 환율 등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섣부른 금리인하는 원화 가치 하락과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5월 금리인하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증가와 여전히 높은 환율을 고려하면 2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4월 금통위에서 연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이어 "2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고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에 따라 3월 19일 규제 지역이 확대 재지정됐다"며 "주택 거래와 대출 실행 간 시차가 존재하므로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감소했으나 아직까지 외환시장과 가계대출시장의 불안의 조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4월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