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이만하면 충분한데?"…국내 첫 전기 픽업 '무쏘 EV'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4.11 09:00 / 수정: 2025.04.11 09:00
기대 이상으로 다듬어진 주행 감각
세련된 외관과 SUV급 실내 구성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KGM 익스피리언스센터에서 마주한 무쏘 EV는 전면부에 입체적인 블랙 그릴과 도트형 주간주행등(DRL)을 적용해 전기 픽업 특유의 인상을 강조한 모습이었다. /KGM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KGM 익스피리언스센터에서 마주한 무쏘 EV는 전면부에 입체적인 블랙 그릴과 도트형 주간주행등(DRL)을 적용해 전기 픽업 특유의 인상을 강조한 모습이었다. /KGM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전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KG모빌리티(KGM)는 무쏘 EV를 통해 국내 최초의 전기 픽업을 선보이며 전동화 라인업을 확장했다. 프레임보디 기반의 전통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도심에 최적화된 주행감과 실용성을 강조한 무쏘 EV를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와 북한강로 등 도심과 교외 구간에서 체험해 봤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KGM 익스피리언스센터에서 출발해 경기 양평의 한 식당까지 왕복 약 90㎞ 구간을 달리며 가장 먼저 느낀 인상은 예상보다 우수한 안정감이었다. 프레임보디 구조 특유의 단단한 느낌은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진동이나 충격은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하부에 탑재된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추는 덕분에 곡선 구간에서도 차체가 노면에 단단히 밀착하는 느낌이다.

주행 모드는 ECO(에코)로 설정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전기차 특유의 민감한 반응 대신 묵직하고 부드럽게 밀어주는 출력이 전해졌다. 최고출력은 152.2㎾(약 207마력), 최대토크는 34.7㎏·m로 자극적이진 않지만 실사용 영역에서 부족함 없는 성능이다. 급가속 상황에서도 출력 곡선은 부드럽게 이어졌으며, 정체 구간과 완만한 커브가 반복되는 이날 코스에서는 오히려 차분한 특성이 차량의 성격과 잘 맞았다.

후측면에서 본 무쏘 EV는 데크와 차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실루엣과 사이드 스텝 등 픽업의 실용성이 강조됐다. /KGM
후측면에서 본 무쏘 EV는 데크와 차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실루엣과 사이드 스텝 등 픽업의 실용성이 강조됐다. /KGM

이날 시승은 후륜구동(2WD) 모델로 진행됐으나 무쏘 EV는 사륜구동(AWD) 모델도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AWD 모델은 최고출력 413마력, 최대토크 64.9㎏·m의 보다 강력한 성능을 제공한다.

시승 종료 후 계기판에는 주행거리 88.7㎞, 평균속도 27㎞/h, 총 주행시간 3시간 16분, 전비 5.7㎞/㎾h가 기록됐다. 공식 복합 전비는 4.2㎞/㎾h(2WD, 17인치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400㎞다. 정속 주행이 쉽지 않은 구간이 많았음을 고려하면 실제 전비 수치는 준수한 편이다.

무쏘 EV의 외관은 픽업 특유의 강인함과 전기차의 세련된 이미지를 적절히 절충했다. 전면부는 입체적인 블랙 그릴과 도트형 LED 주간주행등(DRL)이, 측면은 긴 휠베이스와 강하게 그은 캐릭터 라인이 돋보였다. 데크와 차체가 하나로 이어진 일체형 실루엣과 후면부의 LED 리어램프 및 화물 적재 편의를 위한 사이드 스텝 역시 실용성과 디자인의 균형을 보여주는 요소다.

무쏘 EV의 운전석에는 더블 D컷 스티어링 휠과 12.3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돼 직관적인 조작 환경을 제공한다. /황지향 기자
무쏘 EV의 운전석에는 더블 D컷 스티어링 휠과 12.3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돼 직관적인 조작 환경을 제공한다. /황지향 기자

실내 구성은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가깝다. 12.3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클러스터, 1·2열 통풍 및 열선 시트, 2열 슬라이딩 및 리클라이닝(최대 32도) 기능이 기본 적용됐다. 탑승자를 위한 승차감 개선에 집중한 흔적이 엿보인다. 적재 공간은 2.04㎥로 충분하며 데크 측면에는 장비 장착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홀도 마련돼 있다. 슬라이딩 커버나 디바이더 등은 패키지 형태로 선택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더블 D 컷 타입으로 조향 감각은 직관적이다. 차체가 크고 무거운 만큼 빠른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조향각에 따라 안정적으로 반응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프레임보디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미세한 진동은 일부 노면에서 감지됐고, 고속도로 합류처럼 속도가 높아지는 구간에선 댐핑(진동 흡수·억제)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회생제동과 브레이크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작동했으나 강한 제동 시에는 감각 차이로 인해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특히 속도를 급격히 줄일 때는 뒤축의 움직임이 드러나는 인상도 있었다.

터널을 주행 중인 무쏘 EV. 하체에 배치된 배터리와 프레임보디 구조의 조합으로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이다. /KGM
터널을 주행 중인 무쏘 EV. 하체에 배치된 배터리와 프레임보디 구조의 조합으로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이다. /KGM

다만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전동화 전용 시스템들도 눈에 띈다.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은 도로 기울기와 전방 차량 등을 고려해 제동력을 자동 조절하며, 주행 자세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셀프 레벨라이저'는 무거운 화물 적재 시에도 차체 균형을 유지해 준다. 급속충전은 200㎾ 기준 약 24분이면 80% 충전이 가능하고, 실외 전력 사용 기능(V2L)도 지원된다. 배터리는 내구성과 안전성이 뛰어난 LFP 방식으로, 10년 또는 10만㎞ 보증이 제공된다.

무쏘 EV는 픽업의 본질적인 기능과 전기차의 효율성, SUV의 편안함을 적절히 결합한 모델이다. 도심과 교외를 오가는 일상에서 픽업의 실용성을 유지하면서,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효율성까지 담아냈다. 픽업은 필요하지만 투박한 주행감에 거리감을 느꼈던 소비자에게 무쏘 EV는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쏘 EV 가격은 세제 혜택 후 기준 MX 4800만원, 블랙엣지 5050만원이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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