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 기회 찾아야" 재계 총수, 글로벌 경영 속도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5.04.11 00:00 / 수정: 2025.04.11 00:00
재계 총수, 해외 시장서 사업 확대 기회 모색
인도 등 성장 잠재력 큰 지역 방문도 이어져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총수들이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합적인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도 더 큰 기회를 포착해 미래 성장의 토대를 굳건히 다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앞서 지난 2일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 이 회장은 7박 8일 동안 도쿄와 오사카 등을 돌며 현지 기업인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일본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최근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숨 가쁜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이번 일본 출장도 중국에서 돌아온 지 약 5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이 회장이 직접 뛰며 글로벌 보폭을 넓히는 이유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는 샤오미 전기차 공장과 비야디(BYD) 본사를 찾는 등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일본 출장에서도 전장과 인공지능(AI) 등 성장 사업 분야에서 현지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른 기업 총수들도 미래 성장 엔진 역할을 할 사업을 검토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K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일본을 택했다. 현지 사업 성과를 점검한 이 회장은 "일본에 다시 불붙은 한류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K 컬처 글로벌 확산의 결정적인 기회"라며 "비비고, 콘텐츠 등 이미 준비된 일본 사업들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현지화와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수요를 넓혀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일본 현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일본 현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CJ그룹

이 회장은 경영진들에게 올리브영의 일본 진출 등 신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로컬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어 사사키 다카시 회장, 아베 류지로 사장 등 TBS그룹 주요 경영진을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오카후지 마사히로 이토추상사 회장, 이마이 세이지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회장, 카토 마사히코 미즈호 은행장 등과 회동해 신사업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일본 경제와 통화·금융의 최고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히는 호시 다케오 도쿄대 교수를 비롯해 한일 양국 문화 콘텐츠 전문가 등을 만나 경제 환경과 트렌드 변화에 따른 그룹 사업 확대 기회를 모색했다.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인도를 찾는 재계 총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구수 약 14억5000만명(1위), 전체 인구 중 25세 미만이 약 40%인 6억명에 달할 정도로 거대 내수 시장을 보유한 인도를 새로운 글로벌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7월 인도를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한 바 있다. 삼성은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를 반드시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도를 찾아 '제2의 도약'을 위한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했다. 구 회장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시장이 아닌 이머징 마켓인 인도를 방문한 것은 소비·생산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에서도 잠재력이 크고,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 속에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인도에서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구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 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3번째)이 인도 뉴델리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3번째)이 인도 뉴델리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LG그룹

구 회장은 인도 출장 일정을 마친 후 중동·아프리카 지역 거점인 두바이를 방문하기도 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 또한 성장 기회가 큰 시장으로 꼽힌다.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한 구 회장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지금부터 진입장벽을 쌓고, 이를 위한 핵심 역량을 하나씩 준비해 미래 성장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월 인도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인도 푸네시에서 열린 하브모어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롯데웰푸드의 'K 푸드'를 통한 사업 확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신공장 준공은 롯데의 글로벌 식품 사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최상의 품질 제품을 만들어 하브모어를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계 총수들은 기회 모색과 함께 산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행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며 관세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미래 전략 수립 차원에서 현대차그룹과 옥스퍼드대가 공동 설립한 영국 미래연구센터를 찾았고, 이어 미국 로봇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재 대만 출장 중이다.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대만 반도체 기업들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총수들의 글로벌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유예했으나, 끝나지 않은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점검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출장 일정은 미리 알 순 없지만, 관세 이슈와 맞물려 추후 총수들의 글로벌 생산거점 점검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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