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둥 흔들린다…건설업 일자리·투자 전방위 위기
  • 이중삼 기자
  • 입력: 2025.04.10 10:02 / 수정: 2025.04.10 10:02
건설 고용 부진·근로자 임금 감소·청년 이탈 가속화
정부, '건설업 일자리 지원방안' 약발 통하지 않아
내수 부진 영향으로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93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7% 줄었다. /뉴시스
내수 부진 영향으로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93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7% 줄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업 고용 경기가 12년 만에 최악으로 얼어붙었다. 지난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고용동향'이 보여준 일자리 현주소다. 대한민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건설업은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내수 산업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 바닥경기의 잣대로도 불린다. 이런 건설업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 건설업황 자체가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도 암울하다.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고용 여건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93만2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11만7000명) 대비 8.7% 줄었다. 1년 만에 건설 일자리가 18만5000개가 증발한 것.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불황 장기화가 주요 원인이다. '2025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는 지난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6.9% 줄었다. 동행지표인 건설기성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0% 급감했다.

주택시장도 먹구름이 짙다. 국토교통부의 '25년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인허가는 1만2603가구로 전월 대비 44.3% 줄었다. 1~2월 누계 인허가(3만4955가구)로 보면 같은 기간 28.3% 위축됐다. 수도권 주택 인허가(7003가구)는 한 달 전보다 53.7%나 고꾸라졌다. 주택 착공도 전달 대비 1.1% 줄었고, 1~2월 누계로는 40.6% 감소했다. 준공도 3만6184가구로 13.3% 떨어졌다.

특히 미분양 주택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뛰어 넘은지 오래다. 지난 2월 말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3722가구로 전월(2만2872가구) 대비 3.7%(850가구) 증가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백기를 들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중견 건설사 9곳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나섰다. 신동아건설·대저건설·삼부토건·안강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삼정기업·벽산엔지니어링·이화공영·대흥건설 등이다.

건설사가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형편도 팍팍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기·하수·건설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36만9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2%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평균 가구의 근로소득이 3.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특히 청년층 고용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건설업 분야 청년층 취업자는 10만5000명으로, 1년 전 대비 36.7% 줄었다. 청년층 유입이 줄자, 건설현장 고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인력 다수는 50대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0대 건설기술인은 33만4230명인데 반해, 20대 건설기술인은 4만1758명에 그쳤다. 50~60대 건설기술인은 매년 늘고 있는 반면, 20~30대는 거의 변화가 없다.

건설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건설기성액과 건설수주액 모두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 DB
건설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건설기성액과 건설수주액 모두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 DB

◆ 올해도 건설경기 부진 전망…"실질적 방안 마련해야"

문제는 이 침체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경제주평'을 통해 "동행지표인 건설기성액과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도 모두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건설업의 장기 불황 탈출이 요원해 보인다"며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건설업 고용 쇼크로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건설업의 위기가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업의 고용 구조는 일용직과 같은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며 "고용이 경기 후행이 아니라 경기 동행적 성격을 가지면서 산업 경기에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고용 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다. 청년층·핵심경제활동 연령층의 취업자 감소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건설업의 자금 조달 여건 악화와 부동산 경기 둔화를 감안해 올해 건설투자 낙폭을 0.7%에서 1.2%로 올렸다. 한국은행도 올해 건설투자가 전년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3월 고용동향과 관련해 "건설업 취업자가 지속 감소하는 등 내수 회복 지연·대내외 리스크 확대 등에 따라 주요업종의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건설업 고용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8월 '건설업 일자리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현장 중심 고용서비스 강화·고용보험 가입 촉진·신촉 취업 지원·맞춤형 훈련 제공 등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약발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책을 추가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방안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며 "건설업 관련 다른 보완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청년층 취업난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건설경기 회복 없이는 우리나라 경제도 살아나기 어렵다"고 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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