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에 국내 자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장 초반 약보합권을 형성한 코스피는 상호관세 부과가 발효되자 속절없이 추락했다. 1년 반 만에 2300선 아래로 떨어졌으며 환율은 16년 만의 최고 수준인 1480원대까지 급등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4% 내린 2293.70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0.18% 하락하면서 선방한 듯했으나 오후 1시 1분부터 관세가 발효되면서 2300선을 내주더니 낙폭을 키운 결과다.
연일 매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외인도 이날 하루에만 1조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내렸다. 기관도 70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홀로 9393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저가 매수에 집중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파란불을 켰다. △셀트리온(-5.27%) △SK하이닉스(-2.65%) △NAVER(-1.50%) △LG에너지솔루션(-1.26%) △삼성바이오로직스(-1.20%)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0%) △삼성전자(-0.93%) △현대차(-0.67%) △삼성전자우(-0.67%) △기아(-0.59%) 등이 내렸다.
코스피가 급락한 배경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따라 글로벌 증시에서 외인의 수급이 빠지고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 등을 중심으로 약세가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에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중 통상 갈등 우려를 격화하면서 아시아권 자본 시장에 투심이 급격히 위축된 모양새다.
코스닥도 코스피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면서 650선을 내줬다. 9일 코스닥은 전날보다 2.29% 내린 643.39로 장을 마감했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194억원, 838억원을 순매수했고 외인은 969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도 대부분은 하락했다. △코오롱티슈진(1.81%) △레인보우로보틱스(0.62%) 등은 올랐다. △삼천당제약(-12.23%) △HLB(-5.56%) △휴젤(-5.21%) △클래시스(-4.14%) △에코프로(-3.73%) △알테오젠(-3.61%) △리가켐바이오(-1.06%) △에코프로비엠(-0.11%) 등은 내렸다.
전날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 격화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 시기 원화 가치가 –8% 절하(환율 상승)됐다. 2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당국의 개입 경계심이 고조되는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