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상호관세 폭탄으로 석유화학업계가 공급과잉 사태 장기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화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상계관세와 반덤핑관세 예비 판정치를 발표했고 중국산 장갑에 대한 관세도 이미 부과해 두 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게 돼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상호관세는 9일 발효됐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전체 수출 물량 비중 2위를 차지하는 미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현지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해 기준 석유화학 제품의 대미 수출 규모는 42억7997만달러다. 중국(177억 1969만 달러)과 비교해 비중은 적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 손실 및 수출 감소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이 각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보다 관세가 낮은 국가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보다 관세가 낮은 나라는 싱가포르(10%), 사우디아라비아(10%), 일본(24%), EU(20%) 등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화학 생산 능력이 큰 국가가 10% 관세를 무기로 내세운다면, 한국산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처럼 석화업계가 관세 전쟁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고 있지만 한화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에 유리한 측면으로 동남아시아산 태양광 모듈, 셀 공급이 막힌 점을 제시했다. 먼저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동남아 4개국 캄보디아, 말레이, 태국, 베트남을 통해 우회 수입되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상계관세와 반덤핑관세 예비 판정치를 발표했다. 결국 상호 관세로 최대 320%의 관세가 책정됐다. 동남아 태양광 모듈은 사실상 미국 수입이 불가능해졌다.
셀 역시 동남아 4개국 수입 비중이 높았던 만큼 미국 모듈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진다. 한화솔루션은 셀을 한국에서 조달해 상대적으로 원가 상승폭이 적다. 올해 하반기 미국 현지 카터스빌 공장이 돌아가면 일부 수직 계열화도 가능하다. 윤 연구원은 "미국 내 중국 태양광 설비에 대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한화솔루션의 반사 이익의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용·산업용 장갑 원료로 쓰이는 NB라텍스 합성 고무 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금호석유화학도 관세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윤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산 장갑에 대한 관세 2025년 50%, 2026년 100%를 이미 부과해 국내 NB라텍스(NBL) 업체인 금호석유화학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세계 1위 라텍스 장갑 소비국으로, 관세 조치 이후 미국의 1월 장갑 수입량은 지난해 12월보다 14% 감소했다. 특히 중국산 장갑의 수입 비중은 12월 35%에서 1월 7%로 대폭 줄었다. 윤 연구원은 "추가 관세, 상호 관세 부과로 중국 장갑의 미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국내 NB라텍스 업체인 금호석유화학에 긍정적인 기회"라고 말했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도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합성 고무 부문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24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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