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아파트가 리모델링 사업이 18년째 표류하고 있다. 주민들은 리모델링 조합을 해산하고 재건축으로 선회를 바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합 해산을 두고 조합과 주민이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은 사업을 위해 건설사에 빌려 쓴 대여금을 주민들이 나눠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민들은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금액을 나눠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18년째 표류한 리모델링 사업
성원대치2단지는 1992년 준공된 34년 차 단지로, 2008년 리모델링 조합을 결성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조합은 수직증축 방식으로 3층을 더 지어 일반분양을 통해 추가분담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2016년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2021년 6월 조합이 일방적으로 두 건설사와 시공계약을 해지하며 사업이 지연됐다.
이후 2022년 9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수직증축을 불허하며 사업이 발목잡혔다. 새로운 시공사도 시공권을 반납하며 사업은 동력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2023년 6월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2023년 6월 조합을 상대로 한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조합은 두 건설사에게 대여금을 다 갚는 날까지 매년 연 15%의 금리를 적용한 지연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현재 주민들은 18년간 표류한 리모델링 사업을 포기하고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도 리모델링 조합에 공문을 보내 주택법을 근거로 조합이 해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주택법 제 14조의2에 제1항 등에 따르면 조택조합이 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지난 2월 리모델링 조합 해산추진위원회(해추위)가 조합 해산 총회를 열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이 조합에서 낸 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총회가 취소됐다.
◆ 주민들 "사용처 밝히지 않은 돈, 함께 갚을 수 없어"
이후 조합이 지난 3일 청산금을 주민들이 나눠 내는 데 동의한다면 조합을 해산하는 것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총회를 열려고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실패했다. 조합이 내민 청산계획서에 따르면 주민들은 청산금 117억을 약 800만 원씩 나눠내야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연 15% 이자를 포함한다면 갚아야 할 돈은 총 180억원, 실제 나눠 낼 돈은 1000만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주민들은 조합장이 일방적으로 쓴 돈을 주민들이 갚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추위 관계자는 "조합은 18년 동안 회계감사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간 쓴 돈의 용처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는데 주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장이 사업비를 양심적으로 썼다면 그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고 정확한 금액을 산출해서 총회에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합이 파산하고 법에따라 대여금에 연대보증을 선 조합장과 임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주민들은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채권추심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주민들은 "건설사들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의심을 받기 싫다면 판결문대로 강제집행을 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임원들 주민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리모델링 조합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지금은 (조합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 적용법 다른 리모델링·재건축…"제도 개선 필요해"
최근 정부가 재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리모델링 사업의 이점이 사라지며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성원대치2단지 주민들도 용적률이 170%대로 비교적 낮고 강남이라는 입지를 내세워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길 원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매몰 비용이다. 도시정비법을 따르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주택법을 따른다. 적용되는 법이 다른 만큼 리모델링 조합이 해산하고 재건축 조합을 만들더라도 기존 조합의 채무를 새로운 조합에게 승계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민 다수가 동의를 한다면 리모델링 조합이 재건축 조합으로 갈아탈 수 있는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