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비빔면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팔도의 여름은 예전만큼 기대하기 어려운 시즌이 됐다. 내수 시장 포화와 원가 상승, 경쟁 라면 회사들의 신제품 공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팔도의 수익성 방어를 위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팔도는 지난해 매출 5280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7%, 46.7%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지난 2022년 5674억원에서 2023년 5423억원, 2024년 5280억원으로 3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22년 173억원에서 2023년 287억원으로 잠시 반등했으나 지난해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실적이 감소한 배경에는 내수 부진과 원부자재·제반비용 상승 등이 작용했다. 팔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제반 비용이 상승이 수익성에 부담을 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라면 시장의 경쟁 심화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팔도 비빔면은 지난해 누적 판매량 19억개를 넘어섰고 여전히 관련 시장 점유율 1위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잇따른 시장 진입에 과거 80%를 상회하던 점유율은 현재 50%까지 떨어진 상태다.
농심이 지난 2021년 출시한 '배홍동 비빔면'은 지난해 6월 기준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며 비빔면 2인자로 우뚝 섰다. 현재 '배홍동칼빔면'을 출시하는 등 배홍동 시리즈를 넓혀가고 있다. 오뚜기 역시 '진비빔면'으로 약 12%의 점유율을 보이며 순위를 추격 중이다. 계절면을 철수했던 삼양식품은 올해 '맵탱'으로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삼양식품은 '쿨스파이시 비빔면 김치맛'을 출시했고 관련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각 업체들이 비빔면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급격한 성장세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비빔면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75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800억원까지 성장했다.
팔도는 시장 경쟁력을 갖기 위해 용량 다양화, 신제품 출시, 사계절 제품군 강화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국내 라면 회사들이 '건면' '비건불닭' '진비빔면 매운맛' 등으로 MZ세대의 취향과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자 팔도 역시 지난달 '비빔면 제로슈거'를 출시했다. 또 '팔도비빔면 소식좌'를 출시해 기존 제품 대비 칼로리와 나트륨의 비중을 20% 낮췄다. 비건인증도 받음으로써 '헬시 플레저' 열풍에 탑승했다.
아울러 특정 제품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계절용 신제품 출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름에 매출이 몰리면 나머지 시즌에 수익성 방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팔도는 뒤늦게 '팔도짜장면' '볼케이노 까르보나라' 등을 출시했다.
현지 법인을 통한 해외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러시아와 베트남에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인 팔도는 각각 '도시락', '코레노' 브랜드를 갖고 있다. 러시아에서 팔도 라면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코레노' 역시 현지 맞춤형으로 인기다.
다만 지난해 해외법인의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팔도 관계자는 "해외 사업 관련 수치는 내부 자료로만 활용하도록 되어 있어 외부 공시는 어렵다"며 "당분간 추가 해외 법인 설립 계획은 없으며 국내에서 비빔면을 수출하긴 하지만 매출 파이가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팔도는 수출보다 내수 기반의 성장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경쟁사들이 해외 수출을 늘리며 실적을 방어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농심은 미국, 중국 등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으며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등에서도 수출하고 있다.
오뚜기 역시 미국과 일본 등 수출 채널을 강화 중이다. 삼양식품은 중국, 동남아, 미주, 유럽 등에서 공격적인 수출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불닭시리즈를 글로벌화해 맵기 조절 제품을 만들거나 유튜브, SNS를 통해 인기를 확산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수출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절 제품 중심의 매출 구조는 날씨나 소비 심리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기에 사계절 제품군 강화가 필요하다"며 "팔도가 해외 법인을 통해 물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법인 중심 전략이 수익에 기여하려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고 경쟁사 대비 보수적인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