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안끝났다"…불안한 환율에 식탁물가 또 '흔들'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04.09 11:07 / 수정: 2025.04.09 11:07
원·달러 환율 1480원 돌파하며 물가 악재로 작용
고민 커지는 식품·외식 업체들…가격 추가인상 나설지 주목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식탁 물가를 또다시 자극하고 있다. 최근까지 약 40곳에 달하는 식품·외식 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먹거리 가격을 줄줄이 올려 물가를 끌어올린 가운데 환율이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를 넘어서며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이슈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환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불안정한 환율은 이미 2%대로 오른 물가상승률을 더 자극할 수 있어 업계가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6%였던 물가상승률은 12월까지 1%대를 유지하다 올해 1월 2.2%로 올라섰다. 이후 2월 2.0%, 3월 2.1% 등 2%대에서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먹거리 물가가 눈에 띄게 올라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중이다. 지난달의 경우 가공식품(3.6%), 축산물(3.1%), 수산물(4.9%), 외식(3.0%) 등 물가상승률이 전체 평균(2.1%)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식품·외식 업체 약 40곳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최근까지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해왔다. 커피, 제과·제빵, 아이스크림, 라면, 햄버거 등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기업들은 원가, 인건비 등이 오른 데다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수입 단가가 높아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일제히 목소리를 냈다.

문제는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올해도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을 거치며 140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4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보통 원재료를 3~6개월 단위로 비축하기 때문에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널뛰는 환율에 어느정도 대응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1400원대 환율이 너무 오래 이어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1년도 안돼 가격을 두 번이나 올리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KFC는 지난 8일 치킨, 버거 등 일부 메뉴 가격을 100∼300원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6월 가격을 올린지 약 10개월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KFC 측은 "원자재 가격 및 제반비용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부 메뉴 가격을 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도 최근 10개월 사이 가격을 두 번이나 올렸다. 지난해 5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16개 메뉴 가격을 100∼400원 올올렸고 이번에는 환율 및 원자재 비용 상승을 이유로 20개 메뉴 가격을 평균 2.3% 인상했다.

롯데리아는 지난 3일부터 65개 메뉴 가격을 평균 3.3% 인상했다. 지난해 8월 인상 이후 1년이 채 안 돼 또 가격을 올린 것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관계자는 "제반 비용 증가, 환율, 기후 변화 등 외부 환경 요소로 인한 원가 부담이 늘어 가맹본부로서 가맹점의 이익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가격 조정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고환율에 정치적 혼란기까지 겹쳐 먹거리 물가가 쉽게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외식 업체들의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정세가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 기업들의 고민도 크다"며 "원가 부담도 있지만 불경기가 장기화되고 있어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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