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금융계열 '지배력' 우려…낮은 지분율 '흔들'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04.09 10:42 / 수정: 2025.04.09 10:50
형제 도움으로 간접지배…지주 전환 계열 분리시 지배력 하락 우려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겸 사장이 한화생명을 비롯한 한화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생명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겸 사장이 한화생명을 비롯한 한화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생명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유했던 한화 지분 중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경영권 일부를 승계했지만,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겸 사장의 경우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0.03%에 불과해 형제들의 도움이 있어야 간접지배가 가능한 상태인데,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금융계열사를 분리하게 되면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자신이 보유했던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4.86%를 받았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3.23%를 받게 된다. 이번 증여로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 직접보유 지분 9.77%와 한화에너지를 통한 실질보유 지분 11.08%를 합쳐 20.85%를 확보해 ㈜한화의 실질적인 최대주주가 됐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10.91%로 지분이 늘어난다.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면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우주·에너지 부문을,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 전반을,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리조트, 외식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문제는 김동원 사장의 한화생명 지배력이 현저히 낮다는 데 있다. 김 사장의 한화생명 직접 지분율은 0.03%로, 오너 일가가 아닌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 지분율(0.02%)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는 ㈜한화→한화생명→금융계열사 구조로 설계돼, 한화생명을 지배하면 그룹의 모든 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한화는 한화생명 지분 43.24%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한화생명은 다시 한화손해보험 지분 51.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생명은 또 한화자산운용·한화저축은행은 각각 100% 보유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544억원에 공개매수해 2대 주주를 차지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고,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에 대한 직접 보유 주식은 없지만, ㈜한화 지분율을 20.85%까지 확보해 간접지배가 가능하다.

김동원 사장의 경우 한화금융을 독립 경영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인적 분할을 통한 계열 분리가 거론되지만, 한화가 지주사 체계가 되면 금산 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들은 그룹에서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김동원 사장이 한화생명 지분을 직접 매입해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한화생명 지분 10%를 매입하려면 23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재계에서는 지주전환을 통한 계열분리 과정에서 김 사장이 신생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형제들과 스와프(주식 교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를 분할해 각각 지주사를 설립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신생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 회사의 지분율과 동일하게 책정되기에 김동원 사장은 신생 지주사 지분을 형제들에게 넘기는 대신 자신이 경영할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넘겨받는 스와프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김동원 사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3년 2월 조직개편으로 최고글로벌책임자 직책을 신설하며 김동원 당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은 캐롯손해보험 설립을 주도하고,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등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했다.

이중 캐롯손보는 최근 지속되는 적자와 사업 부진으로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이 검토되고 있다. 캐롯은 2019년 자본금 850억원으로 출범해 2020년 38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지난 2023년에는 순손실 규모가 76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화손보는 캐롯에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며 지원해 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김동원 사장의) 지분과 관련해 특별히 말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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