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친환경 선박 연료 시장 재탈환…K-조선 '훈풍'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4.09 10:37 / 수정: 2025.04.09 16:45
친환경·경제성 잡은 LNG, 발주량 두 배 증가
온실가스 20%↓·미세먼지 거의 '제로'
국내 조선업계, 기술력 앞세워 시장 선도
9일 영국 로이드 선급이 최근 발간한 연료에 대한 고찰: LNG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 발주량은 356척으로 2021년 150척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5년 한화오션이 건조한 첫 번째 LNG운반선인 한진 평택호 운항 모습. /한화오션
9일 영국 로이드 선급이 최근 발간한 '연료에 대한 고찰: LNG'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 발주량은 356척으로 2021년 150척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5년 한화오션이 건조한 첫 번째 LNG운반선인 '한진 평택호' 운항 모습. /한화오션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세계 해운업계가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액화 천연가스(LNG)가 다시 시장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있다. 한때 메탄올, 암모니아 등 신재생 연료의 등장으로 입지가 축소될 위기를 맞았으나 경제성과 높은 규제 대응력을 무기로 친환경 연료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친환경·경제성 앞세운 LNG 추진선 발주↑

9일 영국 로이드선급이 최근 발간한 '연료에 대한 고찰: LNG'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 발주량은 356척으로 2021년 150척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메탄올 추진선으로 잠시 전환되는 듯했던 시장이 다시 LNG 추진선으로 회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선종별로는 전체 1381척 가운데 LNG 운반선을 포함한 가스 운반선이 697척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컨테이너선 152척, 유조선 150척 순이다.

시장 변화에 따라 LNG 연료 공급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LNG 벙커링선 발주는 10척으로 같은 기간 LNG 운반선 발주 3척을 넘어섰다. LNG 벙커링선은 해상에서 LNG 추진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다.

업계에서는 LNG가 다시 부상한 이유로 환경적 이점을 꼽는다. LNG는 기존 석유계 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약 20% 감축 △질소산화물 배출량 90% 이상 감소 △황산화물·미세먼지 거의 '제로' 수준을 기록해, 강화되는 국제 환경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연료로 평가받는다.

경제성과 인프라 접근성도 LNG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항구 중 LNG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273개에 달하지만, 메탄올 공급 항구는 29곳에 불과하다. 또 친환경 에너지로 만든 '그린 메탄올'은 천연가스 기반 '그레이 메탄올'보다 약 2배 비싸 LNG가 가격 경쟁력에서도 유리하다.

로이드선급 시나리오 분석에서도 2025년부터 2050년까지의 총 운영 비용은 LNG가 메탄올보다 약 30%, 암모니아보다 약 10% 낮은 것으로 나타나 환경성과 경제성 모두 균형 잡힌 연료로 평가받는다.

세계은행은 온실가스 배출량(t)당 100달러의 탄소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해운업계가 2050년까지 매년 부담할 비용이 최대 600억 달러(약 8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HD한국조선해양
세계은행은 온실가스 배출량(t)당 100달러의 탄소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해운업계가 2050년까지 매년 부담할 비용이 최대 600억 달러(약 8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HD한국조선해양

◆국내 조선업계, LNG 기술력 앞세워 글로벌 시장 선도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세 도입 논의도 LNG와 같은 친환경 선박 연료 시장 확대에 힘을 더하고 있다. IMO는 영국 런던에서 진행 중인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에서 탄소세 부과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2027년 도입 가능성이 높다.

세계은행은 온실가스 배출량(t)당 100달러의 탄소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해운업계가 2050년까지 매년 부담할 비용이 최대 600억달러(약 8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조선업계는 LNG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글로벌 해운 분석기관 베슬스밸류(VesselsValue)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국내 조선소 수주 잔고의 약 37%가 이중연료 추진 선박으로, 규모는 약 104조8866억원(713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약 80%가 이중연료 사양을 선택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200번째 LNG운반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1995년 첫 LNG운반선을 인도한 이래, 2016년 100척, 2025년 200척을 돌파하는 등 약 30년간 기술력과 생산성을 축적해왔다. 최근 100척은 단 9년 만에 건조, 이는 1도크에서 최대 4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독자적 생산 체제 덕분이다. 현재 연간 25척의 LNG운반선 건조 역량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한화오션은 LNG-RV, FSRU, FSU, FPSO 등 LNG 관련 해양 설비에서도 세계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고망간강 연료탱크, 부분재액화시스템(PRS)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 중이다. 이러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화오션은 지난 2월 기준 전 세계 LNG 운반선 시장에서 약 23.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향후 미국의 화석연료 정책 변화와 맞물려 추가 수혜가 예상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아프리카 선사와 LNG 벙커링선 4척(5383억원 규모)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선박들은 울산 HD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되어 2028년까지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에도 1만8000㎥급 및 1만2500㎥급 LNG 벙커링선을 잇따라 수주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오세아니아 선사와 LNG 운반선 1척(약 3800억원)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LNG 운반선 수주 잔고는 84척(약 191억달러)에 달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조선사 중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앞으로도 LNG운반선뿐 아니라 암모니아 운반선, 고부가가치 해양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는 현재 가장 상용화가 잘된 친환경 연료 중 하나로, 탄소중립으로 전환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조선소들도 이에 맞춰 기술력과 생산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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