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입한 상호 관세 효력이 9일부터 발효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1480원을 가뿐하게 넘은 것은 물론 1490원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공포가 커지면서 원화 가치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8원 오른 1484원에 출발했다.
전일 원·달러 환율은 1473.2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다. 이어 9일에도 큰 폭으로 상승 출발하면서 불안한 시장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개장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인 환율은 장 초반 1487.3원까지 올라 14900원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시절이던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다.
달러 강세는 미국 상호 관세 조치 행정명령이 이날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되는 데 따른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호 관세는 미국이 자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외국의 관세 수준만큼 상대국에도 동일하게 부과하는 조치다. 총 57개국이 대상이고 한국에는 2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주요 국가별로는 유럽연합(EU) 20%, 일본 24%, 베트남 46%, 대만 32%, 인도 26% 등이다.
특히 중국에는 104%에 이르는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 기존 관세 20%에 상호 관세 34%, 추가 관세 50%를 모두 더한 값이다. 앞서 미국이 중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역시 같은 세율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50% 관세를 물리겠다고 응수하면서 100%대 관세율로 치솟았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희토류 수출 통제, 이중 용도 품목 수출 제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다각적인 대응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가시화되면서 위안화 가치도 주저앉았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전날 7.42위안을 상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험 회피 심리와 맞물려 국내 증시는 하락 출발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18%(40.24포인트) 내린 2329.99, 코스닥지수는 0.70%(4.61포인트) 내린 653.84에 각각 개장했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다우 지수는 각각 1.57%, 0.84% 내렸다. 나스닥 지수도 2.15%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