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SK엔무브 상장 추진…중복상장 우려 씻을 수 있을까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04.08 15:25 / 수정: 2025.04.08 15:25
SK엔무브 IPO 네번째 도전
주주 권익 침해 우려....SK이노 "다양한 방안 검토"
SK이노베이션이 주력 자회사 중 하나인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가운데),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왼쪽), 이석희 SK온 사장(오른쪽)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들이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주주와의 대화’에서 주주들과 경영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주력 자회사 중 하나인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가운데),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왼쪽), 이석희 SK온 사장(오른쪽)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들이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주주와의 대화’에서 주주들과 경영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주력 자회사 중 하나인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는 이런 중복 상장이 주주 권익을 침해하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해 상장 대표주관사를 선정하고 기관 미팅을 진행하며 절차를 밟고 있다.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사업 자회사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70%, IMM크레딧앤솔루션이 30%를 보유하고 있다. SK엔무브는 앞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나 IPO에 도전했으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11월 IPO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는 KB증권과 JP모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다. 올해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과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이어 IPO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달 28일 SK이노베이션 제18차 정기주주총회 이후 '주주와의 대화'에서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 배터리용 액침 냉각, 전기차 냉매 등 분야에 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SK엔무브는 기유(석유계 윤활유의 주원료) 시장 세계 1위 업체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적절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IPO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중복 상장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모회사가 상장돼 있는데 자회사까지 상장해 중복상장이 되면 자회사 가치가 이미 모회사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모회사 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회사를 상장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중복상장과 주주이익 침해에 대한 기업의 무관심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부른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LG화학의 에너지솔루션 분할 상장을 들 수 있다.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이 분할 상장한 이후 현재 모회사 LG화학의 주가는 21만원선이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직전 주가 66만원선과 비교하면 3년 새 68% 넘게 빠진 셈이다.

SK엔무브 브랜드 영상에 소개된 차량용 차세대 냉매 스틸컷. /SK엔무브
SK엔무브 브랜드 영상에 소개된 차량용 차세대 냉매 스틸컷. /SK엔무브

LG화학은 분할 뒤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이 모회사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 주장했으나, 지금까지 주가 하락은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에 따른 여파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중복 상장은 모회사 기존 주주들은 물론 자회사 주주들의 이익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회사를 상장하는 순간 기존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며 "똑같은 회사를 또 상장하는 것이 되고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 수가 많아지니까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모회사 주주뿐만 아니라 상장된 다른 회사 주주 입장에서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신고서를 받을 때 소액주주들 피해 보상 방안까지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K이노베이션도 자회사 중복상장에 따른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 강동수 SK이노베이션 기타비상무이사(SK㈜ PM부문장)은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배터리 사업 별도 상장 계획이 반영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하락했다'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질의에 "일부 그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주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달 28일 주주와의 대화에서 "이중상장에 대한 부분은 저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들도 염려하는 부분인 만큼 주주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확정되는 시점에 주주 여러분과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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