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家 장남' 김동준, 연일 거래 먹통에 승계 초장부터 악재 '흔들'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4.08 11:24 / 수정: 2025.04.08 11:24
연이은 구설·사고에 투자자 불만 폭주
키움증권 이사진 합류하자마자 경영 능력 시험대
김익래(사진)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가 지난달 키움증권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처음으로 키움증권 이사진에 합류했으나 선임 첫주부터 연이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장 불신을 얻고 있다. /키움증권
김익래(사진)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가 지난달 키움증권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처음으로 키움증권 이사진에 합류했으나 선임 첫주부터 연이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장 불신을 얻고 있다. /키움증권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75)의 장남 김동준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41)가 처음으로 키움증권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경영 승계 작업에 돌입했으나, 초장부터 흔들리고 있다. '주식 거래 점유율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키움증권이 연이은 주식 거래 먹통 사고를 내며 이사진 합류 후 첫 주부터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어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3일과 4일 장 초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주식 주문이나 체결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 측은 3일 사고 직후 시스템 오류에 사과하면서 보상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상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고 다음 날인 4일에도 일부 주문 처리 지연 현상이 발생하면서 다수 투자자가 주식 매매를 원하는 가격에 하지 못했고, 투자자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키움증권 고객이 소리(VOC)에는 지난 4일간 주식 거래 먹통 사고와 관련한 문의가 1만건이 넘게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소송을 준비하거나 주거래 증권사를 바꾸겠다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한 시기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날로 국내 증시도 하락 출발이 예상돼 계산기를 두드리던 투자자들이 많았고, 4일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예고된 날로 증시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던 구간이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전통적인 리테일(위탁매매) 강자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만큼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모기업인 다우기술이 정보통신(IT)업체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사용자환경(UI)과 빠른 속도 등에서 강점을 보였고, 지난달 국내 최초로 대체거래소(ATS)가 출범했을 때 참여 증권사 중 유일하게 자체 개발 시스템인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을 구축해 업계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IT에 특화된 증권사가 연이틀 투자자에게 시스템 오류를 안겼으니 시장 신뢰를 더욱 잃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소화해야 주문량이 많은 만큼 벌어들이는 수익을 시스템 안정화에 쓰고, 보상에도 소홀하지 않은 책임경영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시장은 오너가인 김동준 대표의 경영 능력 발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TP타워 본사에서 열린 키움증권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입사 후 처음으로 그룹 내 핵심 계열사 이사진에 합류했으나 선임되자마자 위기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984년생인 김 대표는 그간 준비된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미국 남가주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이수하는 등 미국에서 학업을 보낸 후 2009년부터 3년간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2014년 다우기술 이사진에 합류하는 등 김 전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경영 수업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2018년 키움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21년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를 맡았고, 올해 3월 26일부터 키움증권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마자 사고가 터졌고, 이는 그의 경영 능력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계기가 됐다. 특히 김 대표에게 이번 주식 거래 먹통 사고는 부친을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한 2023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비롯해 영풍제지 미수금 사고, 최근 엄주성 사장의 리딩방 발언, 해외주식 부풀리기 의혹 등 논란들이 가시기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경영 능력이 여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기라는 평가도 있다.

물론 김 대표는 키움증권 개인 보유 지분이 없고,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를 맡고 있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겸직 금지 규정에 따라 키움증권 사내이사는 비상근직으로 이름만 올리고 있다.

다만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고, 무엇보다 키움증권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이머니의 최대주주(33.1%)로 지분상으로는 이미 '1인자'이기 때문에 연이은 사태에 책임질 오너 경영자의 위기 대응 능력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T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식 거래 하나만큼은 타 증권사를 압도할 만한 성과를 냈던 키움증권이 공교롭게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연이틀 시스템 오류 사고를 내면서 스스로 민망한 민낯을 드러내는 꼴이 됐다"며 "김 대표가 미국에서 공부한 재원인 만큼 이사진 합류 후 키움증권의 전사적 과업인 성공적인 미국 진출에 매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번 사태를 깔끔히 해결하고 가지 못한다면 주주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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