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보험사들이 새회계제도(IFRS17) 제도 하에서 재정건전성 저하로 배당을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화재의 경우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순항하고 있다. 우수한 수익성과 재정건전성이 뒷받침해주고 있는데다 삼성생명으로 자회사 편입 등으로 법적 문제도 해결해 주주환원율 50%라는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준섭·이승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와 관련해 '초과 자본의 적극적인 활용 기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금융당국 제도 개선으로) K-ICS(지급여력)비율 관리 목표가 200%로 조정될 경우 초과자본은 약 5조9000억원(지난해 말 가용자본·요구자본 기준)"이라며 "추후 보험부채 할인율 규제 영향을 감안해도 초과자본은 5조원 이상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K-ICS비율 요구 수준을 기존 150%에서 10~20%포인트(p) 하향조정한 130%로 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삼성화재의 K-ICS 비율은 264%로 기존 관리목표(220%)도 여유 있게 충족하고 있다. 이는 현대해상(170.10%), DB손해보험(228.8%), 메리츠화재(257%) 등 경쟁사들보다 높다.
특히 보험업계에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하지 않는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곳 뿐이다. 삼성화재는 23조1639억원(기본자본 14조2495억원, 보완자본 9조9144억원)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했다.
보험사의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삼성화재가 14조739억원이며, 신계약 CSM 중 보장성 보험이 3조3431억원으로 전체 신계약 CSM의 약 97%를 차지했다.
정준섭·이승준 연구원은 "초과자본은 신사업 확장과 고수익 자산 투자, 주주환원 확대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사업 확장 등은 주주환원 재원 증가를, 주주환원 확대는 기존 목표(2028년 주주환원율 50%) 이상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으나 초과자본 활용은 점진적으로 경쟁사보다 낮은 주주환원 수익률(올해 5.8%)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초과자본 주주환원과 더불어 삼성화재는 최근 자사주 소각도 실시했다. 삼성화재는 오는 30일까지 보통주 136만3682주, 우선주 9만2490주 5126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을 진행한다. 소각예정금액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3월 31일)의 종가인 보통주식 주당 35만7500원, 우선주는 주당 27만1000원을 각 주식별 소각 수량을 곱해 산출했다.
삼성화재는 최근 삼성생명으로의 자회사 편입도 완료했다. 자사주 소각이 이루어지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올라가는데, 보험업법상 보험회사가 다른 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5%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다.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화재의 지분율은 보통주 14.98%에서 15.43%로 상승하기에 자회사 편입이 필요했다.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은 금융그룹 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자 투자하고 자산운용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자본을 배분할 때 비효율성이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자회사 편입 이후부터는 삼성생명과 화재가 중복투자를 하는 것들이 줄어드는 등 자본 활용이 효율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오는 2028년 말까지 주주환원율 50% 수준, 자사주 비중 5% 미만으로 축소하는 계획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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