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6주기…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나침반 '리더십'
  • 박용환 기자
  • 입력: 2025.04.08 10:42 / 수정: 2025.04.08 10:42
외환위기 당시 주력 기종 27대 구매 결단…성장 기폭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항공업계 재편 닻 올려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타계한지 6주기를 맞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대한민국 항공업계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해 순간 멈칫했지만 빠른 적응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6주기를 맞은 지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항공업계 재편의 닻을 올렸다. 또한 올해 11월 한진그룹은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모습/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타계한지 6주기를 맞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대한민국 항공업계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해 순간 멈칫했지만 빠른 적응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6주기를 맞은 지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항공업계 재편의 닻을 올렸다. 또한 올해 11월 한진그룹은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모습/대한항공

"코로나19의 위기를 넘고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지금,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선견지명과 과감한 결단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타계한지 6주기를 맞았다. 조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대한민국 항공업계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해 순간 멈칫했지만 빠른 적응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6주기를 맞은 지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항공업계 재편의 닻을 올렸다. 또한 올해 11월 한진그룹은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조 선대회장은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오면서 산업의 태동과 부흥을 삶으로 증명해낸 진정한 전문가다.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업무에 필요한 전 부서들을 두루 거치며 실무를 겸비했다. 항공·운송 관련 모든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는 엔지니어인 셈이다.

한 길만 오롯이 걸어온 전문성과 먼저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은 조 선대회장을 국제 항공업계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 탁월한 안목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낸 ‘승부사’

조 선대회장이 처음 대한항공에 발을 들인 1974년은 1차 오일쇼크가 한창인 시절이었다. 1978년부터 1980년에도 2차 오일쇼크가 대한항공을 직격했다. 연료비 부담으로 미국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과 유나이티드항공은 수천명의 직원을 감원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조 선대회장은 선친인 조중훈 창업주와 함께 줄일 수 있는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은 오히려 높이는 전술을 구사했다. 항공기 구매도 계획대로 진행했다. 불황에도 호황이 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를 대비한 것. 결국 이와 같은 결단은 오일쇼크 이후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1997년 외환 위기 극복 과정도 눈여겨볼 만 하다. 외환위기 당시 대한항공 운영 항공기 112대 중 임차기는 14대뿐, 대부분이 자체 소유 항공기였다. 이에 따라 매각 후 재임차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이는 대한항공이 IMF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보잉737NG(Next Generation) 주력 모델인 보잉737-800 및 보잉737-900 기종 27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도 중대한 결단이었다. 보잉은 감사의 뜻으로 계약금을 줄이고, 금융까지 유리하게 주선하게 된다. 결국 이들 항공기들은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차세대 항공기 도입 결정도 마찬가지다. 2003년은 이라크 전쟁, SARS 뿐만 아니라 9.11 테러의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시기였다. 하지만 조 선대회장은 이 시기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보고, A380 항공기 등의 구매계약을 맺었다. 이와 같은 예견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2006년 이후 세계 항공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사들은 앞다퉈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공기 제작사가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새로운 항공기 도입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된 것. 물론 대한항공은 이와 같은 선제적 결정으로 적기에 차세대 항공기들을 도입할 수 있었다.

◆ 스카이팀 창설부터 조인트벤처까지… 항공시장 자유화 파고 넘다

항공시장의 자유화 움직임, 그리고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조 선대회장은 상호협력을 그 타개책으로 봤다. 그 시작은 바로 ‘스카이팀’ 창설이었다. 2000년대 대한항공은 세계적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설립을 주도하면서 명실공한 ‘글로벌 선도 항공사’ 반열에 올랐다.

1990년대 후반 세계 항공업계는 동맹체로 재편됐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를, 아메리칸항공은 ‘원월드(One World)’를 각각 창설했다. 이미 조 선대회장은 세계 항공업계가 동맹체로 재편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읽었다. 이에 2000년 조양호 선대회장 주도로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는 스카이팀(SkyTeam)을 출범시켰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을 스카이팀 회원사로 영입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와 함께 신규 스카이팀 회원사들을 위해 업무 표준화와 기술 자문을 통해 스카이팀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조 선대회장의 이러한 노력으로 2020년 4월 현재 스카이팀은 19개 회원사가 170개국 1036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글로벌 항공동맹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항공시장의 경쟁은 더욱 거세지며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의 위기 신호가 감지되기도 했다. 2011년부터 아메리칸항공-일본항공, 유나이티드항공-전일본공수의 조인트 벤처로 인해 핵심 허브였던 인천공항의 위상이 점차 약화됨에 따라 대한민국 항공산업 핵심 경쟁력인 환승 수요도 하락 추세였다.

조 선대회장은 강력한 협력관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향후 항공사간 전략적 협력이 활성화될 것을 앞서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반독점면제(ATI, Anti-trust Immunity) 권한도 미리 취득해 놓은 터였다.

이에 따라 2018년 5월 닻을 올린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는 치열한 글로벌 항공시장 경쟁을 뚫는 창이 되고 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대한항공이 견고한 실적을 내는 데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 국제 항공업계의 명실공한 리더 역할…대한민국 항공 위상 높여

조 선대회장은 폭넓은 인맥과 해박한 실무지식으로 국제 항공업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조 선대회장은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인 국제협력기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이하 IATA)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Board of Governors) 위원이자, 31명의 집행위원회 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의 전략정책위원회(SPC, Strategy and Policy Committee) 위원으로서, IATA의 주요 전략 및 세부 정책 방향, 연간 예산, 회원사 자격 등의 굵직한 결정을 주도했다.

이와 같은 조양호 선대회장의 위상은 명실공한 ‘항공업계의 UN 회의’라고 불리는 IATA 연차총회를 2019년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할 수 있었던 동인이었다. 서울 IATA 연차총회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변방이 아닌 전 세계의 중심이 됐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안전에 양보 없다"…대한항공을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한 항공사로

조 선대회장은 항공사의 안전운항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명제라고 강조했다. ‘안전은 대한항공의 핵심가치’를 대한항공 전 임직원의 가슴 속에 깊숙이 각인시켰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최상의 운영체계’ 미션에 ‘절대 안전 지속’을 중요한 실천사항으로 정해놓고 끊임없이 안전도를 높이는 활동을 해왔다.

대한항공이 안전 부문에 쏟고 있는 예산은 연간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직원들의 교육 훈련 및 최신 장비 구입, 안전과 관련한 글로벌 트렌드를 수집하기 위한 해외 세미나 참석 등 다양한 부문에 활용된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철저한 안전관리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항공안전의 척도인 보험요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항공 선진국인 미주, 유럽 지역의 대표 항공사들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보험요율 하락은 그만큼 ‘더 안전한 항공사’라는 증거인 셈이다.

◆ 기본과 합리에 방점 둔 리더십…대한민국 항공업계가 나아갈 길 보여주는 나침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낸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또 다른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바로 그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한다는 조 선대회장의 생전의 일성은 새로운 시작에 튼튼한 기반을 다지는 가르침이 되고 있다.

경영자는 시스템을 잘 만들고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하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을 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스템 경영론’, 고객과의 접점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현장이며 최상의 서비스야말로 최고의 항공사를 평가 받는 길이라는 ‘고객중심 경영론’ 등 조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은 세월이 변해도 변치않는 가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선대회장이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시켜낸 족적, 위기를 헤쳐나와 오히려 이를 기회로 만든 노하우와 혜안은 큰 힘"이라며 "조 선대회장의 발자취는 대한민국 항공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글로벌 항공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더팩트ㅣ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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