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잘나가는데…美 트럼프 '상호관세'에 제동 걸리나
  • 문화영 기자
  • 입력: 2025.04.07 16:23 / 수정: 2025.04.07 16:23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상황 예의주시 중"
한국콜마·코스맥스,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국내 화장품 업계들이 이에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더팩트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국내 화장품 업계들이 이에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더팩트DB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매긴 관세만큼 동일하게 부과하는 방식)를 발표한 가운데 해외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한 K-뷰티가 제동에 걸렸다. 그간 무관세 혜택을 누려온 국내 뷰티기업들은 현지 공장 생산을 확대하고 상황을 예의주시 하는 등 방안을 모색 중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산 수입 전 제품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본 10% 관세는 지난 5일부터 적용됐으며 국가별 추가 관세는 오는 9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수출과 가격 경쟁력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화장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이에 많은 K-뷰티 기업들이 '고품질 낮은 가격'을 내세우며 미국 시장에 순조롭게 뛰어들었다. 현재 K-뷰티 성장세는 가파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지난해 K-뷰티 대미 수출액은 17억1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로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호관세가 적용될 경우 K-뷰티는 관세 폭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국내 뷰티 기업들은 매출액 타격을 피하기 위해 상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거나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글로벌 사업 리밸런싱(재구조화) 전략을 통해 미국 관세 정책을 반영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또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의 동시 확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

앞서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미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리밸런싱'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사장은 "미주 시장에선 빌리프·CNP·더페이스샵 브랜드를 중심으로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보강하고 마케팅 투자에 집중하겠다"며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채널에서의 퀀텀 점프와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적용 품목 및 세율의 조정 여지를 남겨둔 만큼 국내외 사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AP·뉴시스

한국콜마 역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라 화장품 고객사들의 향후 부담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력과 경쟁력을 늘릴 예정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미국 1공장과 상반기에 완공 예정인 미국 2공장을 활용하는 등 관세 조치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에서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상반기에 내 미국 2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공장 2개를 갖춤으로써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인기 브랜드 협업 등으로 현지 수요 대응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한국콜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1공장에서 연간 약 1억8000만개의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2공장이 완공되면 북미법인 생산능력은 3억개로 기존대비 66% 늘어난다. 2공장에서는 기초화장품과 자외선차단제가 주로 생산할 예정이다.

코스맥스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맥스는 연간 약 1억3000만개의 화장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일반의약품(OTC) 생산에 대한 적합 승인을 받아 자외선 차단제 생산을 확대한다. 국내 법인과 긴밀한 연구개발 및 생산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우선 화장품을 특정해 언급하지 않았고 한국을 대상을 한 소액 면세 혜택(800달러 이하 수입품 대상)에는 변화가 없기에 관세 영향 추이를 조심스레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시장에서 K-뷰티 제품들이 이제는 '가성비'가 아닌 '좋은 성분'과 '품질력' 중심으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호관세의 타격이 크지 않을거라는 입장도 있다. 아울러 한국 외 다른 주요 국가들도 상호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피해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북미법인 매출 원가에 영향이 있을 수는 있으나 큰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니"라며 "현재 브랜드별로 경쟁 환경에 따라 소비자가 또는 수출 가격 조정 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재무·브랜드 매력도 등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관세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필요시 가격 인상과 프로모션 비용 관리 등 추가적인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영향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내 뷰티 기업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보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높은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높은 품질과 현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ODM(제조자개발생산)에게는 기회"라고 말했다.

cul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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