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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김태환 기자]
◆ 탄핵 직후 원·달러 환율 14.1원 급락…새 정권 기대감 증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면서요.
-네.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있었던 4월 4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12%, 16.30원 내린 1435.90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의 글로벌 약세가 나타나며 전 거래일 대비 16.5원 내린 1450.5원에 장을 시작했는데요. 탄핵 선고가 이루어진 오전 11시 22분 이후 1436.40원으로 14.1원 더 추가로 떨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왜 이렇게 높았던 것인가요.
-경기침체 우려, 미국 상호관세 부과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1400원대를 돌파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등 한국 정치적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계엄 선포 전인 오후 10시경에는 약 1403원이었던 환율이, 선포 이후 빠르게 상승해 오후 10시 53분 기준 1430원까지 올랐습니다. 이후 12월 4일 새벽에는 한때 1442원까지 치솟으며 당시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위기 상황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해석돼 원화보다 달러로 수요가 몰린 것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이후 국회에서 6시간 만에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정부가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환율은 다시 하락했으나, 정치권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환율은 다시 슬금슬금 상승했습니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06.69원, 1364.15원이었지만 계엄령 이후인 2025년 1월은 1453.39원, 2월은 1445.09원, 3월은 1457.35원을 기록했습니다. 4월 2일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467.04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환율이 떨어진 것은 윤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해소된 결과이군요.
-그렇습니다. 계엄령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정치 상황이 헌재 판결로 정리됐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예측 가능한 상황을 선호하기 때문에 불안 요소가 해소되는 것은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는 원화에 대한 수요 증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게 될 경우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헌법상 대통령 파면 이후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하기에,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마련,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타날 경우 환율 하락에 기여할 여지가 큽니다.
-환율은 복합 요인이 작용해 결정되지 않나요.
-맞습니다. 환율은 국제 금리, 미국 경제지표, 유가, 중국 경기 등 다양한 글로벌 요인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만으로 환율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 단정짓긴 어렵지만, 문제의 일부가 해소된 것은 분명합니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헌재 탄핵 인용에 따른 한국 금융 시장에 대한 영향은 원·달러 환율은 하락, 한국 장기 금리는 상승 압력, 코스피는 하단 상승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셈법도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올린다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환율이 더 떨어질 여지가 있고, 반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된다면 환율이 상승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은이 오는 17일 열리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2.7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에 두 번 연속 인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또 여전히 높은 가계대출, 부동산 가격 등을 고려하면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아무쪼록 원·달러 환율이 안정돼 한국 경제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해봅니다.
◆ "애경산업 매각 검토 중"...애경그룹, 어쩌다 이렇게 됐나
-다음은 유통업계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지난해 재계 서열 62위에 오른 애경그룹이 모태 사업인 애경산업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투자은행(IB)업계 따르면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을 검토 중인데요. 현재 애경그룹은 삼정KPMG를 최근 주관사로 선정하고 애경산업 매각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 애경자산관리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38%입니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항공) △애경산업(생활용품·화장품) △애경케미칼(석유화학) △AK플라자(백화점 및 유통) 등 크게 네 가지 사업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 중 애경산업을 매각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부채가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계열사를 지원해온 AK홀딩스의 연결 기준 순차입부채가 작년 말 기준 2조원을 넘어서며 그룹 유동성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부채비율 역시 328.7%에 달하는데요. 이에 애경그룹은 알짜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애경산업 외 다른 사업들도 상황이 많이 안 좋은가요? 모태 사업을 매각한다는 것 자체가 그룹의 재무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애경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6791억원으로 전년대비 1.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무려 23.5%나 감소했습니다. 애경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불황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석유화학 업황 침체를 겪으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분의 1토막 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고환율의 영향과 지난해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로 한차례 타격을 입은 바 있습니다.
-애경산업을 매각하게 되면 애경그룹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겁니까?
-네.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경산업 시가총액이 382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 지분가치는 2426억원인데요.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자산가치 등을 합치면 매각가는 6000억원에 달합니다. 또 애경그룹은 비주력 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는데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골프장 중부CC 등의 자산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매각되면 현금을 확보해 어느 정도 부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애경그룹은 어떤 입장입니까? 별도로 입장을 발표한 게 있나요?
-애경그룹은 매각설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애경그룹은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을 공시하며 "그룹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AK홀딩스 역시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애경그룹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군요. 향후 애경그룹이 매각을 결정할지 또 포트폴리오 조정을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