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롯데케미칼이 비핵심 자산을 연달아 정리한 데 이어 신성장 동력으로 '친환경'과 '수소를 점찍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부진한 범용 석유화학 시장에서 탈피해 수소와 이차전지소재 등 미래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행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국내 최대 모터쇼로 알려진 서울모빌리티쇼에 처음 참가해 이차전지부터 수소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을 선보이기도 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총 두 건의 매각 작업과 한 건의 자금 조달을 진행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8일 일본 정밀화학기업 레조낙 지분 4.9% 전량을 275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2월에는 파키스탄 소재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 판매 자회사인 LCPL의 보유 지분 75.01% 전량을 처분해 매각 대금 979억원을 확보했다.
자금 조달은 지난달 6일 인도네시아 자회사 LCI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약 6500억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미국 법인 LCLA 지분을 담보로 한 6600억원 규모의 PRS 자금까지 포함하면 롯데케미칼은 약 반년 사이 자금 조달로만 1조3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한 셈이다.
롯데케미칼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석유화학 산업 불황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위기 상황에서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던 롯데케미칼은 중국의 에틸렌 설비 증설로 공급이 증가했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타격이 불가피했다. 2021년 1조5356억원의 영업익을 냈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23년 3477억원, 지난해 894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적자 규모는 2023년 대비 157.4%나 늘었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숨가쁘게 진행해온 유동성 확보 절차가 순항하는 만큼 올해는 신성장 동력으로 친환경 및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기존 범용 석유화학 산업의 비중을 축소하고 롯데화학군(롯데케미칼·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인프라셀) 전체의 혁신 활동에 집중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된 '2025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에 최초로 참가하며 수소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롯데화학군의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와 수소를 통해 전기에너지 제조과정을 소개하는 수소 밸류체인존을 선보였다.
롯데 수소 밸류체인은 대산 수소출하센터와 울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수소 충전소, 수소 화물차 등 4가지다. 수소의 생산부터 출하, 연료전지 발전, 충전, 물류까지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로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케미칼은 수소 밸류체인존에서 롯데케미칼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수소가 출하센터를 거쳐 수소충전소로 공급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 외에도 수소 사업을 이해하기 쉽게 생산부터 충전, 활용까지 전 과정을 그래픽과 모형, 영상 등 다양한 연출을 통해 소개했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모빌리티 사업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고자 처음으로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여한다"며 "전지소재, 전기차 충전,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기반 사업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도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현재 울산에 건설중인 친환경 수소 발전사업, 대산 수소 충전사업 등 미래 사업 기반을 차질없이 완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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