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쏘아올린 '상호 관세' 부과 방침으로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한국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배터리 등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철강은 이중 관세를 피했지만, 25% 관세가 적용 중이다.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반면 국내 건설업은 관세폭풍을 비켜선 상태다. 건설자재 수입 의존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관세전쟁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경우,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이 비교적 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건설·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반면, 건설업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건설자재 수입 규모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수 중심 산업이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 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건설업 수입 의존도는 3.4%에 그쳤다. 전기·가스·수도·하수 등(25.4%), 광업·제조업(19.2%) 등과 비교하면 의존도가 현저히 낮다. 국내 건설에서 공사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인 철근·봉강의 수입품 비중은 15.0%에 불과하다. 해외건설 프로젝트도 중동 지역에 몰려 있고, 북미·태평양 지역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체 수주실적 중 66.6%가 중동에서 나왔다. 북미·태평양은 14.5%로 집계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건설자재를 수입해 한국에서 쓰는 경우는 드물다"며 "90% 이상이 국산이다. 수입품을 써도 중국산이기 때문에 이번 상호 관세로 받는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수주 관련, 미국보다는 중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발생하더라도 국내 건설사가 어려움에 처하는 일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국내 제조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인플레이션 촉발…국내 부동산 시장 타격
다만 이번 상호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러 국가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이에 따라 국내 물가·공사비도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내수 부진으로 중소·중견 건설사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이 이어지면 연쇄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7곳에 달한다. 신동아건설·대저건설·삼부토건·안강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벽산엔지니어링·이화공영이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건설사도 매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89곳으로, 지난해 동기(68곳) 대비 30.88% 늘었다. 폐업 업체 수는 2022년 261곳에서 2023년 418곳, 지난해 516곳으로 증가했다. 공사비 인상·미분양 주택 문제로 어려운 건설업계에 이번 관세 정책이 추가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정책 또한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시장과 금리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위축된 주택시장의 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 부동산 매수심리가 둔화 흐름을 보인다.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지면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도 심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제 상황에 따라 시장 동향도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가 추가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멀리 봤을 때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