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크래프톤이 신작 게임 '인조이(inZOI)'를 공개하며 새로운 게임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투 중심의 배틀로얄 장르를 넘어, 창작과 시뮬레이션 중심의 게임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크래프톤이 인조이로 '배틀그라운드(PUBG)' 이후 두 번째 성장 축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달 28일 신작 게임 인조이를 글로벌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 형태로 출시했다. 판매가는 4만4800원으로, 정식 출시 전까지는 DLC(다운로드 콘텐츠)와 업데이트가 무료로 제공된다. 정식 출시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인조이는 이용자가 AI 캐릭터 '조이'를 관찰하며 인간의 희로애락을 간접 체험하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크래프톤은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심즈' 이후 뚜렷한 경쟁작이 없던 이 장르에 현실감과 AI 커스터마이징 기술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AI 기술 'CPC(Co-Playable Character)'가 도입됐다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CPC는 엔비디아 에이스 기술로 구축된 게임에 특화된 온디바이스 소형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게임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캐릭터다. 기존 NPC(Non-Player Character)와 달리 이용자와 대화하고 협력하며, 사람처럼 상황을 인식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출시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얼리 액세스 오픈 직후 스팀 글로벌 최고 인기게임 차트 1위에 올랐고, 다음날 기준 최고 동시접속자 수 8만7000여명을 기록했다. 스팀 유저 평가 역시 전날 오후 3시 기준 긍정 평가 비중이 83%로,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그래픽 품질과 캐릭터 연출, 건축 시스템 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래픽이 AAA 게임 수준", "애니메이션과 배경 디테일까지 정교하게 구현됐다", "표정과 몸짓이 자연스러워 캐릭터에 생동감이 느껴진다" 등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콘텐츠 측면에서는 혹평도 많았다. 커뮤니티와 리뷰 게시판 등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적다", "스토리텔링이나 AI 캐릭터 간 상호작용이 단조롭다" 등 의견이 있었다. 건축이나 꾸미기 요소는 정교하지만, 게임 플레이의 깊이와 구조는 미흡하다는 평이다. 여기에 일부 버그 등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불만도 있다.
그럼에도 인조이에 대한 크래프톤의 기대는 크다. 단일 지식재산권(IP) 중심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크래프톤은 PUBG라는 단일 IP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이어왔다. 크래프톤의 전체 매출에서 PUBG 기반 콘텐츠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같은 구조는 시장에서 위험 요소로 지적돼 왔다.
게임 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단일 타이틀 의존도가 높을수록 기업가치 성장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크래프톤도 이같은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 김창한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게임 산업은 결국 IP 중심 산업이기 때문에 PUBG에 준하거나, 대형 IP를 더 확보해야 기업가치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크래프톤은 AI를 게임 전반에 접목하며 새로운 형태의 게임성을 실험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 도입도 중요한 전략"이라며 "인조이가 AI를 적용해서 게임성을 확장하는 최초의 게임이 될 것 같다.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확장 가능한 게임성을 실험 중이며, 이를 통해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인조이의 성공 여부가 크래프톤의 미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조이가 시장에서 자리잡는다면 크래프톤은 PUBG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IP 다변화를 실현하게 된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 고도화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기반의 체감 만족도와 시장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조이 같은 유형의 게임은 사이버 공간에서 일상처럼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콘텐츠로, 심즈가 인기인 북미 시장에서 잘 될 가능성이 있다"며 "콘텐츠 완성도만 높아지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크래프톤 역시 이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대체로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IP화 가능성과 전략적 의미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얼리 액세스 버전 정도의 흥행 성과만 확인되더라도 향후 정식 버전으로 출시됐을 때 장기 IP화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인조이의 흥행은 단기 실적 기여보다는 크래프톤의 게임 라인업 확대 가능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인조이의 흥행 성과가 2분기 중 확인이 된다면, 하반기 신작들에 대한 기대감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 성공 여부보다 장기적인 IP의 성공 여부에 더 주목한다"며 "인조이가 올해 100만장을 팔든, 300만장을 팔든 크래프톤 전체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매출 기여도는 3% 미만으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 특유의 긴 제품 생명주기(PLC)를 고려하면 장기 현금흐름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심즈4는 2014년 출시작임에도 여전히 동시접속자 수 3만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 DLC 업데이트 시에는 스팀 매출 순위가 10위권 안에 들어오는 등 매출이 꾸준히 발생한다. 인조이도 이와 유사한 게임성을 보이는 만큼 장기적으로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래프톤은 향후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인조이의 완성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용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며 피드백을 반영해 게임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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