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교역국에 최소 10%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오히려 자국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을 다시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이번 조치가 상대국의 보복 조치로 인해 오히려 미국 경제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주요 경영인들로 구성된 기업인원탁회의의 조슈아 볼튼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10~50% 범위 보편 관세는 미국 제조업체, 근로자, 가정, 수출업자에게 큰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볼튼 CEO는 "관세가 오래 유지될수록 미국 경제에 대한 피해가 커질 것이며, 보복 조치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면서 공정한 무역 협정이라는 목표는 지지한다면서도, 이를 관세로 확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세를 제거할 무역협정을 신속히 체결하라"고 촉구했다.
제이 티먼스 미국제조업협회(NAM) CEO도 성명을 내 제조업체들에 최대 위기라며 "신규 관세로 인한 높은 비용은 투자, 일자리, 공급망,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를 압도할 수 있는 미국 능력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지원 목표는 우리도 공유하지만, 산업 전반의 혼란과 비용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해달라"며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핵심 투입물에 대한 무관세 접근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NAM이 지난달 진행한 1분기 제조업체 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6.2%가 무역 불확실성을, 62.3%가 원자재 비용 상승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주류업계도 무관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증류주협회는 성명을 내 "증류주 제품에 대한 공정한 상호 무관세 원칙으로 돌아갈 수 있는 협상을 해 분쟁을 해소하라"고 밝혔다.
증류주 산업은 '보복 관세'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미국산 위스키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도 모든 미국산 증류주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와인무역연합도 성명에서 와인이 이번 상호 관세에 영향을 받게 되는 걸 강력 반대한다며 "미국과 EU 간 와인 무역은 이미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이라고 호소했다.
또 "레스토랑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국내 생산자들은 와인을 시장을 출시하는 데 새로운 장애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전국 소매업자, 수입업자, 유통업자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관세가 아시아 국가에 특히 직격탄을 가하면서 워싱턴 소재 비영리기관 아시아정책연구소(ASPI)도 우려 목소리를 냈다.
웬디 커틀러 ASPI 부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우리 무역 파트너들에게 충격이 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 경제 성장 둔화, 기업 투자 감소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가까운 파트너들이 우리 경쟁자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 주도형 경제로 막대한 타격을 입어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철강과 정유업계는 관세를 환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철강회사와 미국철강노동조합을 대표하는 미국제조업연합의 스콘 폴 회장은 이번 관세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단계"라며 "수십 년 동안 쇠퇴한 미국 공장을 되살릴 방법"이라고 환영했다.
미국석유협회는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제외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