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글로벌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는 액침 냉각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AI)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기계 장치의 발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액침 냉각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액침 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 플루이드(냉각액)'를 활용해 데이터센터·ESS·전기차 배터리의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서버나 배터리 등의 발열 장치를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열을 제거하기 때문에 기존의 냉각 방식인 공랭식(공기 냉각)이나 액체 배관 방식보다 빠르게 열을 식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액침 냉각 기술이 고도화 AI 시대의 주류 냉각 방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랭식을 액침식으로 변경했을 때 AI 데이터센터 전력 밀도는 현재의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냉각 비용도 95% 절감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도 전기차 화재 위험성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해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 냉각 시장 규모는 2024년 5000억원에서 2040년 약 42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잠재력이 큰 만큼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인텔은 액침냉각 스타트업 GRC에 7억달러(약 1조301억원)를 투자했고, 엔비디아는 전담 부서를 꾸려 열관리 기술 개발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부 데이터센터에서 실제 액침냉각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도 액침냉각 기술을 도입한 데이터센터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
냉각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들에는 기술 고도화와 시장 선점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3M의 생산 중단으로 대체 불소계 냉각유 확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도 액침 냉각 제품 실증을 거치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0월 인화점이 250도 이상인 고인화점 액침 냉각유 제품을 출시하며 저인화점부터 고인화점 제품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에쓰오일이 개발한 액침 냉각유는 데이터센터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와 ESS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액침 냉각 제품을 개발해 실증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는 SK온과 협력해 전기차 배터리용 액침 냉각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2023년 11월 자체 개발한 액침 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한 이후 제품을 총 4종으로 세분화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생산하는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는 지난해 12월 액침 냉각 시스템 기업 GRC에서 일렉트로세이프 프로그램 인증을 받았다. GRC는 자사가 구축한 설비는 물론 전 세계에 구축돼 있는 모든 액침냉각설비에 적합한 제품에만 일렉트로세이프 프로그램 인증을 수여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액에 대한 실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유는 데이터센터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와 ESS 등 급성장하는 미래 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여러 산업에 걸쳐 정유사들의 열 관리 솔루션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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