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매긴 관세만큼 동일하게 부과하는 방식) 선언에 국내 식품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을 핵심 수출지로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K푸드 전략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추가 상호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정한 한국의 상호관세는 25%다. 오는 6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일부 한국산 수입품에 기본 관세를 포함해 최대 3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식품업계는 미국 관세 정책이 적용되면 K푸드를 앞세운 해외 수출 전략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주력 수출 품목들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 수출 비중을 키워 놓은 업체들은 매출액 감소 타격이 올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식품업계가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가 찾아오자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저출산·고령화, 경기 침체 등으로 수요 정체가 이어지자 식품업계는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수출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K푸드 핵심 시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대미 수출액은 15억9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2%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가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8.4∼14%(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놨다. 통상 관세가 높아지면 수입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 이번에 발표된 한국 상호관세 부과율은 25%로 산업연구원 예측보다 높아 수출 감소액이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식품업계에서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온도차가 예상된다. 일례로 농심과 CJ제일제당은 각각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라면 및 가공식품 공장을 운영하며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어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은 원산지 기준 충족시 관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지 생산 기반이 없는 업체들은 관세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해야 해 당장 해외 매출액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 업체들은 미국 외 수출 시장을 확대하거나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등 전략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SPC그룹은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 건립을 확정지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K푸드의 대미 수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7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상호관세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세 인상에 따른 품목별 타격 정도를 검토 중이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 미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호관세 정책이 발표된 직후 업계가 긴급 논의에 들어갔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가 관세 극복의 관건이겠지만, 여력이 되지 않는 업체들은 다른 시장 확대 등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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