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펀드' 전액 손실 논란, 판매사 한투증권 커지는 책임론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4.03 00:00 / 수정: 2025.04.03 00:00
한투리얼에셋운용 벨기에펀드 투자금 전액 손실
피대위 "판매사 한투, 불완전판매 조사해야"
대체 투자 리스크 전가 의혹도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벨기에펀드가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더팩트 DB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벨기에펀드가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해외 대체 투자 펀드가 말썽이다. 벨기에 소재 오피스 빌딩에 공모펀드 형태로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이 발생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다.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 역시 해당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판매처로 알려지면서 투자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지난 2023년 그룹 지주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는데 이 시기를 두고서도 손실 리스크를 사전에 전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인다.

3일 펀드 정보 제공업체 펀드닥터에 따르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 펀드(벨기에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1일 기준 마이너스(-) 100%다. 지난해 4월 9일까지 0%대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 수익률을 오가다가 11일부터 -60%대까지 떨어진 후 지난해 12월 23일 투자금 전액을 손실한 의미의 -100%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6월 14일 처음 결정된 이 펀드는 벨기에 정부 기관이 입주한 브뤼셀 투아송도르 빌딩의 장기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투자받은 자금에 더해 현지 금융기관 등 대주단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아 빌딩에 투자하는 구조로 설계·운용됐다.

자산 매입을 위해 대출 받은 돈을 선순위 대주에 기한 내 갚지 못해 강제로 부동산을 처분당한 것이 전액 손실 배경으로 꼽힌다. 또 2020년부터 팬데믹 여파에 따라 오피스용 건물 가치가 급락하면서 자산 가치도 떨어졌고, 헐값에 매각한 대금 역시 선순위 대주에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못하면서 후순위 펀드인 벨기에펀드 투자자들이 원금을 전부 잃게 됐다.

손실 규모도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펀드 판매 규모를 500~6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펀드 투자자들의 모임인 '벨기에펀드 피해자 대책위원회'(피대위)는 총 2500여명의 투자자가 참여해 약 9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손실에 대한 분노는 투자자 집회로 번지고 있다. 피대위는 지난 2월 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금감원) 앞에서 해당 펀드의 불완전판매 의혹과 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을 규탄한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달 28일에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 모여 호소했다. 이날 피대위는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및 투자 권유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 선순위 차주의 자산 매각 과정 전면 재조사, 금감원의 적극적인 피해 구제 대책 마련, 실질적인 피해 보상안 마련 등을 촉구했다.

우선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투자금 손실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투자자 권리 보호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측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최초 설정 시 안내드린 운용 계획대로 자산매각이 추진되지 않아 투자금에 손실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하다"며 "마지막까지 투자자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운용하고 한국투자증권 등이 판매한 벨기에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전액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닥터 캡처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운용하고 한국투자증권 등이 판매한 벨기에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전액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닥터 캡처

그러나 주목할 만한 점은 또 있다. 벨기에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모기업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이자 원주인이던 한국투자증권도 덩달아 뭇매를 맞고 있어서다. 한국투자증권은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과 함께 벨기에펀드를 판매한 판매처 중 한 곳이지만 같은 그룹 계열 상품을 판매하면서 고자본 고객을 찾아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 해당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판매처로 알려졌다.

피대위 집회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고 처음엔 거절했다가 잦은 연락에 판매 담당자를 만나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고 밝힌 한 집회 참석자는 "한국투자증권이 돈이 많고 기업 윤리가 분명해 다른 투자사와 다르다는 말에 안정감이 들었다. 판매 담당자와 지점장도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며 "선순위나 후순위같은 말은 못 들었다. 집까지 찾아와 계약서를 작성했고, 투자는 계좌 이체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이 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대체 투자 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을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올 무렵인 2022년 7월 지주사로 편입한 것도 다시 조명받는 분위기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펀드들이 손실이 나더라도 지배구조 변경 후 한국투자증권의 손실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해외 대체 투자 손실을 예상한 후 리스크를 사전에 전가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해외 대체 투자 펀드 손실로 곤욕을 치른 지난 2023년 순이익 5966억원을 기록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지난해는 전년 대비 86.5% 뛴 1조112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국내 증권사 실적 1위에 올랐다. 벨기에펀드 등 해외 대체 펀드에 대한 수익이나 손실액은 한국투자증권이 아닌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에 잡힌 뒤다.

한국투자증권은 불완전판매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펀드 손실 논란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개별적인 배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벨기에펀드 또한 손실 가능성이 내재된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상품 자체가 잘못됐을 경우 일괄적인 배상이 이뤄질 수 있으나,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면 배상을 해줘야 하는 의무는 없어서다.

다만 피대위는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배상액이 손실 대비 협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판매처의 책임과 사과, 투명한 배상 기준 마련 등을 지속 주장하면서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혹시라도 설명이 미진했거나 고객께서 민원을 제기하셨을 경우에 실제로 그랬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고객마다 투자 성향이나 연령대, 투자 이력 등 투자 여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적법한 비율로 배상을 제안한다"며 "실제로 배상을 받으신 분도 있고 배상이 진행 중인 건도 있다.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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