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 긴장감을 높이는 가운데 4월 첫날에도 상승 출발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우려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등이 원화 가치를 짓누르는 상황이다. 시장은 이달 대내외 불확실성이 쏠린 만큼 15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한다.
1일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9시~오후3시30분)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0.1원 오른 달러당 1473.0원으로 개장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1472.9원으로 마치며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값 약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이 작용한 결과다.
원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사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6% 하락했는데, 중국(0.4%), 인도(1.6%), 러시아(3.5%), 브라질(1.6%), 멕시코(0.8%)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값은 반등했다. 주요국 중에서도 일본(-0.7%)을 제외한 유로화(3.7%), 영국 파운드화(2.6%), 스위스 프랑(2.0%), 캐나다 달러(0.7%), 호주 달러(0.8%)가 모두 올랐다.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데는 수출 중심 국가인 만큼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타격이 크게 작용했다. 상호관세 시행으로 대미 수출 등 국내 수출경기둔화 압력이 확대될 수 있고, 국내 성장률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개별 품목 관세에 이어 오는 2일(현지시간) 전 세계 국가들의 대미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을 고려한 상호관세를 발표한다. 3일부터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관련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 정치 불안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지체되며 정치 공백이 발생했고, 불확실성에 따른 원화 매도와 달러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정책부재 그리고 최근 잇따른 건설업체 및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한 신용 리스크 부각 등이 원화와 여타 통화 간 차별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관련 판결 지연이라는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도 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헌재 결정 수용 여부를 둘러싼 분열 혹은 갈등 확산 우려감 역시 원화 가치의 상대적 약세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4월 예고된 무역분쟁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은 안전통화인 미 달러 대한 선호도를 높일 것"이라며 "환율은 2분기까지 미 달러 강세 기조에 연동해 오름세를 유지하며 불확실성 확대 시 환율 상단은 1500원 내외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계 금융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E)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연말 15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CE는 정치 위기에 따른 정부 지출 둔화를 이유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0%에서 0.9%로 낮춰잡았다.
반면,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돌파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도 있다. 무역전쟁과 국내 정치 불안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에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2분기 초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를 전제로 원·달러 하락 전망을 고수한다"며 원·달러 밴드를 1360~1480원으로 제시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단기적으로 환율 상방 압력을 자극하는 이벤트가 있다"면서도 "다만, 2분기 전체로는 정국 불안 해소와 함께 국내 경기 회복 시그널이 관찰되며 분기말로 갈수록 환율이 4월보다 레벨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