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이른바 '벌떼입찰'로 총수 자녀 회사에 일감을 물어준 호반건설에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608억원 중 일부를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럼에도 호반건설은 여전히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27일 호반건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지적한 네 가지 위법 사항 중 공공택지 전매 행위(360억6100만원)와 입찰신청금 무상대여행위(4억6100만원) 등 2건에 대해서 과징금 부과를 취소했다.
하지만 총수 2세 관련 회사가 진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2조6393억원)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서준 행위, 4936억원 규모의 건설공사 이관 등에 대해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과징금 608억원 중 약 243억4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취소가 결정됐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호반건설은 2건의 과징금 부과 역시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PF 대출 무상지급 보증의 경우 시행사가 시공사의 공사비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주는 것이 업계의 관행으로 이를 인정해 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건설공사 이관 역시 특수관계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유형, 무형의 이익이 없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문이 나오는 대로 이를 검토한 후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2023년 6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호반건설에 과징금 총 608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추첨방식으로 공급하는 공공택지 확보를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여시키는 '벌떼입찰'을 일삼았고 이 과정에서 부당지원행위가 이뤄졌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김상열 회장의 장남 김대한 사장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자회사, 차남 김민성 전무 소유의 호반산업과 자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 호반건설은 2세 회사의 공공택지 입찰신청금을 414회에 걸쳐 무상으로 대여했으며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를 2세 회사에게 대규모로 양도한 것으로 공정위는 조사했다.
총수 2세 관련 회사들은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분양매출 5조8575억원, 분양이익 1조3587억원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2세 회사들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주거용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시장, 종합건설업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보고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져 2심 법원에서 다툴 수 있다. 2심 판결에 불복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