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건설사 중 3곳이 아직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 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가운데 도시정비사업에서 아직 마수걸이를 하지 못한 곳은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 3곳이다. 업계 2위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부산 연산5구역 재건축 사업으로 뒤늦게 첫 수주 소식을 전했다.
아직 수주 실적이 없는 세 건설사는 눈여겨보는 정비사업의 일정이 1분기 이내에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3조원에 육박하는 정비사업 수주액을 채운 대우건설은 올해 서울 용산구 청파1구역 재개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강북구 미아11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며 가장 먼저 수주 소식을 알렸던 SK에코플랜트는 서울 중랑구 면목7구역 재개발,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 노원구 상계5구역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마수걸이가 늦어지는 데에는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며 선별수주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가 급등하며 정비사업의 공사비 부담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여기에 분양시장도 침체되며 건설사들이 여느 때보다 꼼꼼히 사업성을 판단해 수주에 나서고 있다.
정비사업지들이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을 거듭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은 지난해부터 4월, 6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들이 한 곳도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이후에도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한 곳씩만 참여하며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위해 출혈 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최근 서울 용산 한남4구역을 제외하고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지조차도 경쟁입찰이 사실상 사라진 분위기다. 이달 입찰을 마감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송파구 잠실우성1·2·3차 재건축은 공사비 1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지인 만큼 수주 경쟁이 예상됐으나 각각 현대건설과 GS건설 단독 입찰로 유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상반기보다 하반기 수주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압구정2구역, 성수전략정비구역 서울 내에서도 한강변에 있는 초대형 사업지들이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수도권 내 핵심 사업지를 중심으로 입찰에 나서고 있어 수주에 참여하는 사업지 수가 한정적"이라며 "여러 곳에서 경쟁하기 보다 각자 공들인 사업지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요 정비사업 일정이 하반기 진행 예정이라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