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1세대 명품 플랫폼 발란의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입점업체 정산금 지연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기업회생 신청을 준비 중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업계 불안을 키우는 중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24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재무 검증 과정에서 과거 거래 및 정산 내용에 확인할 사항이 발생했다"며 정산 지연을 공지했다.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에 이어 올해 홈플러스까지 유통업체들의 대금 지연 문제가 잇따라 터지는 상황에서 발란의 이같은 공지는 입점사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이에 발란 측은 "당초 24일 예정됐던 정산금 지급이 2~3일 지연되는 것"이라며 "늦어도 오는 28일까지 각 파트너사에 확정 정산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고 지급 시 지연이자를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발란이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발란은 마지막 감사보고서가 제출된 지난 2023년 기준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2015년 설립 이래 적자가 이어지는 중이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발란 기업 회생절차 준비 증거 파일'이라는 게시글까지 올라오면서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해당 글은 정산금 지연 문제로 본사를 찾은 판매자들이 발란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으로 기업 회생절차 준비 파일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발란은 지난 2023년 기준 자본총계가 -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중심의 명품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기업가치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발란은 이 과정에서 292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지난 2023년 초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던 3200억원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들로 판매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발란 측은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 분위기 속에 '반짝 호황'을 누린 명품 소비가 최근 다시 부진해지면서 발란과 같은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 소비층인 2030세대가 명품에 쓰는 돈을 줄이고 있는 탓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발란과 함께 '명품 플랫폼 3대장'으로 꼽히는 머스트잇의 지난달 2030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만3000여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플랫폼인 트렌비의 감소 폭은 37.6%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명품에 돈을 쓰기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며 "그럼에도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VIP층은 굳건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으로 명품을 사는 소비층는 충성도가 크지 않아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란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명품 플랫폼 위기설'에 선을 긋고 있다.
트렌비는 최근 판매자들에게 현금성 자산이 80억원이 있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비가 공개한 지난 2024년 결산 재무제표에 따르면 당좌자산은 약 80억원, 파트너 정산 예정 부채 35억원을 뺀 현금성 안전자산은 약 45억원으로 나타났다.
머스트잇도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계 111억원, 유동자산 110억원, 유동부채 41억원으로 유동자산이 부채 대비 2.5배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