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주총 앞두고 '6조 뻥튀기'에 정정…투자자·주주 '싸늘' 감리 대상되나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3.26 10:28 / 수정: 2025.03.26 14:17
한투 "실수 인정, 당기순이익엔 영향 없어"
싸늘한 시장 반응…당국 감리 대상 지적도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5년 치 사업보고서를 잘못 기재했다가 무더기로 정정해 질타를 받고 있다. 수정 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더팩트 DB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5년 치 사업보고서를 잘못 기재했다가 무더기로 정정해 질타를 받고 있다. 수정 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최근 5년 치 사업보고서에 매출(영업수익)을 약 6조원가량 부풀려서 적어 왔다가 논란을 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담당 부서의 거래 상계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금융 당국의 감리나 주주들의 질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에 걸친 사업보고서를 무더기로 정정했다.

정정 배경은 외환거래이익과 손실을 잘못 산정해서다. 재무제표를 가결하는 주주총회(28일)를 3일 앞두고 사업보고서를 다시 살펴보다가 이 사실을 발견했고, 그간 5년간 사업보고서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 발각되면서 부랴부랴 정정 공시를 냈다.

한국투자증권은 리테일부서에서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이때 리테일부서 내 외환(FX)부서에서 환전 업무도 함께 지원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익이 나면 다른 쪽은 손실이 나도록 상계돼야 하는데, 재무제표에서 양쪽 모두 과대 계상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영업수익의 변화는 컸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 9조9236억원→9조6820억원, 2020년 15조2000억원→14조5600억원, 2021년 12조1812억원→11조6060억원, 2022년 22조8952억원→20조8066억원, 2023년 22조848억원→19조8997억원 등이다. 축소된 영업수익을 이를 모두 더 하면 5조7000억원가량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사업보고서 기재 실수를 인정했다. 다만 영업비용도 같은 값으로 잘못 계산돼 5년 치 당기순이익은 바뀌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리테일부서와 FX부서에서의 외환 거래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내부 거래라 재무제표에서 상계해서 올렸어야 했는데 실수했다. 당기 순이익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증권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5.7조가 어디 껌값이냐", "영업이익, 순이익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지만 매출을 부풀린 걸 5년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시스템 문제 아닌가", "더 이상 숨길 수 없으니 오픈한 건가", "중징계가 합리적이다" 등 반응을 보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주주들도 황당하다는 태도 일색이다. 한국금융지주 주주들은 여러 종목토론방 등에서 "더 이상 못 믿겠다. 주총 안건 모두 반대할 예정", "올해도 모르고 넘어갔으면 금요일 주총에서 기존 사업보고서 그대로 가결됐을 것 아닌가. 소름 돋네", "주가도 안 오르는데 내릴 일은 늘어나네" 등 반응을 보였다.

또한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정정을 과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알면서도 수정하지 않았다면 감리 대상에 해당하고, 실수였다고 해도 수정 규모가 수조원대인만큼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해석에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 실수라고 해도 과실의 성격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양정기준에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며 "과거 키움증권도 5년 치 사업보고서를 실수로 기재했다가 한 번에 정정하면서 금융사 징계 중 최소 단계에 해당하는 '기관주의'와 약 16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키움증권보다 정정 규모가 더 크다. 당국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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