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로템이 사우디아라비아 마덴프로젝트와 관련한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의 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패소했다. 상고장을 낼 경우 소송 장기화에 따른 우발부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2부(최현종·배용준·견종철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삼성E&A가 현대로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에 이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로템과 삼성E&A 사이 분쟁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1년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영 기업 마덴에게 연간 38만톤 생산 규모 알루미늄 플레이트 생산공장을 신축하는 공사를 수주했다. 계약금액은 9억5800만달러, 계약기간은 2013년 7월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알루미늄 주괴철을 압연해 알루미늄 코일을 생산하는 압연 설비 부분(90%)과 알루미늄 캔 등을 재활용해 용융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CRU(캔 재생 설비) 부분(10%)으로 구분된다. 현대로템은 CRU 부분 설계·조달과 관련해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CRU를 설치하고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다수 하자가 발생한 점이다. 마덴은 삼성엔지니어링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대로템에 하자 보수 비용과 도급계약에 따른 지체상금, 성능보장배상금을 청구했다.
아울러 납기 미준수와 성능보장 미달성, 잦은 설비 문제로 인한 현장 하자보수 발생 등으로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 빌미를 마덴 측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6년 7월 납품 하자로 피해를 입었다며 현대로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체상금과 성능보장배상금 등을 계산한 278만달러와 64억원을 손해액이라고 했다.
현대로템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설계 정보를 먼저 제공해야 CRU 컨베이어를 제작할 수 있는데, 2011년 11월까지 제공하기로 했으나 2012년이 돼서야 최종 설계 도면을 제공해 나머지 설비 제작이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그 영향으로 설비 전반 하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은 소송 제기 4년 반 만인 2021년 3월 삼성엔지니어링 손을 들어줬다. 현대로템이 CRU 공급을 지연했고 CRU가 하자가 있었으며, 일부 보수하기는 으나 최종적으로 성능보증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현대로템이 278만달러와 60억원 상당을 삼성엔지니어링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현대로템은 1심 판단이 과도하다며 항소장을 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책임 전부를 현대로템이 물어야 한다며 항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2부는 항소장 접수 약 4년 만인 지난 12일 1심과 같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은 현대로템이 삼성E&A에 계약 조항을 다시 따져 371만달러와 약 5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프로젝트 중 물량 대비 약 10%에 해당하는 CRU 납품 문제를 주된 원인으로 해 삼성E&A가 1억1000만달러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는데, 납품 문제가 현대로템 귀책 사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현대로템은 해당 소송으로 2016년부터 우발부채가 있는 상태다. 현대로템은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날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아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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