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국책기업 IBK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직원들이 배우자·입행동기 등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882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은행 이해관계자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 사례'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 퇴직 직원 A씨는 기업은행의 대출 심사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배우자에게 허위 증빙 자료를 제출하고 64억원 규모의 법인대출을 실행한 뒤 토지를 매입했다.
A씨는 해당 토지를 지식산업센터로 완공하기 위해 공사비(59억원)가 필요했는데 거래처로부터 빌린 돈을 법인의 자기자금으로 가장하고 배우자(심사역)를 통해 5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마련했다.
아울러 A씨는 기업은행 고위 임원 청탁을 통해 본인 소유의 지식산업센터를 은행 신규 점포 장소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고위 임원에게 국내외 골프접대를 제공하고 고위 임원 자녀를 본인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꾸며 2년간 6700만원의 돈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A씨는 건설사의 청탁을 받아 입행동기들인 기업은행 심사센터장 B씨 등 3명에게 부당대출 78억원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운영 중인 법인에도 138억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했는데, 법인 중 일부는 심사센터장 B씨의 친인척이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심사센터장 B씨는 친인척 법인에 자금용도 허위기재로 27억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했고, 이를 대가로 2년6개월간 9800만원을 수수했으며 법인카드를 제공 받아 골프비로 사용했다.
기업은행 부당대출을 공모한 직원들은 퇴직자 A씨로부터 총 15억7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해외(필리핀)에서 골프접대를 받은 정황도 대거 포착됐다.
기업은행은 이같은 전현직자들의 비위행위를 작년 9월께 인지했으나, 담당 부서에 전달하지 않아 금감원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당대출 관련 지점들을 동시에 감사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증거 인멸 및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이 부당대출을 금감원에 보고할 때도 사고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고 일부 금품수수 내역을 누락하는 등 축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검사 기간 중 부서장 지시로 자체조사 자료와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금감원 검사를 방해하기까지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당대출 등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며 "관련 임직원 등의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하고 위법사항 및 관련자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