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1000조원 규모 기업금융 시장을 공략한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비대면 기업대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금융권에선 기존 기업 대출은 대면 영업을 중심으로 성장했기에 비대면 영업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사업자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확장으로 가치 제고에 나선다. 은행권 최초로 100% 비대면 '사장님 부동산 담보대출'의 대환 상품을 출시하며 기업금융 플랫폼 역량 강화에 나섰다.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은 전 은행권 최초 비대면 개인사업자 담보 대출 상품이다. 시세의 최대 85% 한도로 최대 10억원·최장 10년까지 사업운영 자금을 제공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8월 선순위 상품 출시 후 9월 후순위 상품으로 확대한 데 이어 이번에 후순위 대환 상품을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미 부동산 담보물에 타 금융기관의 대출이 있거나 임대차 계약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은 '후순위 상품'도 대환 대출이 가능한 게 주요 특징이다.
간편하고 빠른 비대면 서비스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뒀다. 상품 이용 고객들은 대출 한도 조회부터 신청과 심사, 담보가치 평가, 서류 제출과 대출 실행까지 모든 과정이 100%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김민찬 Corporate그룹장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대출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빠르면 하루에서 3영업일내 빠른 대출 실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신청 및 실행은 대면 창구 서비스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시간 소요 △창구 대기 △각종 수수료 △정보의 비대칭성 △우량기업 중심의 대출 등의 다양한 고객 불편의 존재해왔다는 설명이다.
김 그룹장은 "아직까지 기업금융 분야에선 비대면화가 거의 안 돼 있다"며 "케이뱅크는 이 시장의 비대면화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소호) 뿐 아니라 중소기업(SME)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개입사업자 시장 대출 규모는 약 500조원(개인사업자 개인 대출 제외 순수 대출)로 추정된다. 중소기업(SME) 대출 시장 규모도 500조원 규모다. 개인사업자(소호)·중소기업(SME) 대출 시장 규모만 총 1000조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김 그룹장은 "2027년 3분기를 목표로 중소기업 대상 100% 비대면 법인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보증서대출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고 향후 법인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으로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다만 법인 신용대출의 경우 제도적 이슈가 있어 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케이뱅크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비대면 기업대출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업금융 확대 전략은 IPO 재추진을 앞둔 케이뱅크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IPO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2022년 상장을 준비했지만 2023년 2월 투자 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했다. 이어 지난해 8월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해 10월 말 상장을 목표로 재도전했으나 수요 예측 결과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상장 시점이 또다시 미뤄졌다.
'IPO 삼수생' 케이뱅크는 최근 호실적을 내며 상장 도전에 힘을 실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당기순이익(128억원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였던 2022년 연간 실적(836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 실적을 써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상 법인 대출 상품 출시 시점을 2027년으로 제시한 것은 IPO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성장가치를 입증할 만한 무언가를 보여줘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로 개인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그룹장은 "올해 기업대출 공급액은 2조원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며 "총량 규제가 강하게 들어와서 개인 부문 대출을 많이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 기업대출 공급을 늘리더라도 자본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케이뱅크가 비대면 영업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기업대출의 경우 고도화된 심사 프로세스가 필요하고 비대면 대출 방식으로는 한계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인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실사도 많이 가야하고 대표자의 역량을 영업점에서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단순히 숫자만 보는 게 아니라 진짜 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고 역량이 뛰어나고 이런 것들을 면담을 통해 확인한다"며 "비대면 서비스를 지향하는 곳에선 현실적인 금융 지원 서비스 역량을 키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인뱅들이 기업대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게 결국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대출은 대면 영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왔기 때문에 인뱅이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비대면 영업에 대해 초기 단계에서 의구심이 들 수 있으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