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의 3연임이 기대되는 가운데, 한화생명의 자본건전성 확충과 내부통제 강화가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제판분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영업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있지만, 지급여력(K-ICS)비율 저하와 더불어 불완전 판매와 감독당국 제재 확대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평가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승주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이 통과되면 여 부회장은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여 부회장은 2019년 3월 한화생명 대표에 올라 2년 임기를 보낸 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어 2023년 3월 임기 2년을 더 부여받았으며 같은 해 9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화생명 이사회는 여 부회장을 후보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현재 대표이사로서 공정한 이사회 운영에 기여하고 있으며 금융사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며 "가치 중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여 부회장은 제판분리(보험상품 판매와 제조 분리)를 통한 조직 효율화,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해 한화생명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생명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에서 보장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6.1%였지만 여 부회장 취임 이후 꾸준히 늘어 2024년 기준 80.1%로 비중이 커졌다. 금액으로 보면 신계약 APE는 2018년 1조6880억원에서 2024년 3조8560억원으로 128.4% 확대됐다. 같은 기간 보장성 APE는 9470억원에서 3조1230억원으로 229.8% 늘었다.
이와 더불어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전속 판매조직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한화금융서비스'를 출범했고, 2023년에는 피플라이프 인수 등을 통해 GA(법인보험대리점) 시장 영업력을 강화했다.
다만, 보험 영업환경 악화와 더불어 재정건전성 저하, 내부통제 강화 등 여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킥스비율, K-ICS)은 165%로 1년 전보다 18.8%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생명보험업계 '톱3'로 함께 묶이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한화생명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려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5000억원, 6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지난해 12월에는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올해 3월에는 30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계획 중이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을 고려하고 있다. 자본성증권만 약 2조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채권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본 확충에 유리하지만 발행사의 신용등급이나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크게 변동될 수 있다. 후순위채는 특히 일반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낮아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가 높다. 일반적으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의 금리는 5.9~6.5% 수준에 책정돼, 일반 회사채(AA등급) 4~5%보다 높다. 한화생명이 자본확충이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내부통제의 취약함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4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6건의 제재를 받아 삼성생명(9건)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2022년 3건에서 2023년 4건, 지난해 6건으로 연간 제재횟수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달 금감원은 경영인 정기보험 점검 결과 한화생명과 법인보험대리점(GA)을 우선 검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금감원은 경영인 정기보험과 관련해 한화생명에서 고객을 유인하는 '절판 마케팅'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3~4월 한화생명에 대한 정기검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대상 정기검사는 약 6년 만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승주 부회장이 한화생명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체질을 개선시킨 공이 있지만, 한화생명의 감독당국의 제재가 늘어나고 자본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자본성증권에 의존하지 않고 유상증자 등 다른 자본조달 방안을 고민하고, 내부통제 규율을 재정비해 규정이나 법을 어기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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