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삼성자산운용의 핵심 사업인 상장지수펀드(ETF)부문 수장 자리는 최근 들어 독이든 성배로 불리고 있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ETF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자 안정보다는 쇄신을 택하는 시기가 점차 단축되고 있어서다.
올해부터 ETF부문장을 맡은 박명제 신임 부문장도 예외는 아니다. 취임 후 3개월째를 맞은 박 부문장의 리더십이 ETF 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맹추격을 따돌려 영광을 되찾고 빨라지는 수장 교체 시기를 뒤엎을지 주목된다.
1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오는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에서 2025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ETF 브랜드인 'KODEX'의 신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날 자리에는 박 부문장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에정이다.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임 ETF부문장직에 오른 박 부문장은 그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를 맡다가 취임 1년 만에 삼성자산운용의 부름을 받고 직장을 옮겼다. 박 부문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그가 구상한 삼성자산운용의 ETF 전략을 밝힐 전망이다.
박 부문장은 20년 넘게 기관 대상 영업을 담당한 베테랑 세일즈맨으로 불린다. 2004년 메릴린치투신(2006년 블랙록에 합병)에 합류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에서 아이셰어스 ETF 한국영업 총괄을 담당하는 등 ETF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이후 홍콩법인으로 이동해 2021년까지 동북아시아 영업총괄을 맡다가 2023년 한국법인 대표를 맡기까지 블랙록자산운용에서만 20년가량 일한 경력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블랙록자산운용이 아닌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처음인 데다 그가 새로 맡은 삼성자산운용 ETF부문장 자리가 최근 자주 바뀌고 있다는 점이 부담을 더한다.
박 부문장 선임 전까지 삼성자산운용 ETF부문장 자리는 하지원 현 삼성액티브자산운용대표가 맡았으나, 지난해 말 취임 1년 만에 자리를 옮겼다. 하 전 부문장 전임자인 김영준 ETF부문장 상무 역시 1년 6개월 만에 교체됐으니 6개월 단위로 교체 시기가 단축되고 있는 셈이다. 같은 ETF 부문에서 부문장 바로 아래 직급인 본부장을 맡고 있는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이 11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또한 삼성자산운용 대표 자리도 올해 함께 바뀐 점도 삼성자산운용이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3년간 대표를 맡은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연임하지 않고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을 맡던 김우석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ETF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02년 국내 자산운용사 중 가장 먼저 ETF 상품을 출시해 23년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지난해 2분기 40%대 점유율이 깨졌고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점유율 격차가 5%포인트 내외로 좁혀지고 있다.
결국 시선은 ETF 사업을 주도할 박 부문장의 입에 쏠릴 전망이다. ETF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예고한 삼성자산운용이 올해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어떠한 전략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김우석 신임 대표와 시너지도 관건이다. 박 부문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이 대표와 ETF 부문장을 함께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하면서까지 ETF 점유율 1위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0%선 붕괴 이후 선임 후인 올해 초에도 38%까지 내려오는 등 점유율 추가 하락을 막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올해 처음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으는 자리에서 평이한 ETF 출시 기자간담회가 아닌 기존에 없던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주목된렵다. 박 부문장이 첫 공식 석상에서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