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손 떼자 '1조 클럽' 복귀했건만…키움家 장남, '무혈입성' 왜?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3.14 00:00 / 수정: 2025.03.14 00:00
김동준 키움PE 대표, 26일 주총서 키움증권 사내이사 선임 유력
입사 15년 만에 핵심 계열사 이사회行…이사회 의장 가능성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사진)의 장남인 김동준 키움PE·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오는 26일 키움증권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사진은 김 전 회장이 지난 2023년 5월 4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CFD로 인한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에 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힌 후 돌아가는 모습. /더팩트 DB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사진)의 장남인 김동준 키움PE·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오는 26일 키움증권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사진은 김 전 회장이 지난 2023년 5월 4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CFD로 인한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에 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힌 후 돌아가는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준 키움PE·키움인베스트 대표가 키움증권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 이머니 지분을 서서히 늘렸고 계열사를 약 15년간 돌면서 경영 감각을 익히다가 마침내 핵심 계열사인 키움증권으로 입성하는 전형적인 오너일가의 승계 형태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열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이사회를 통해 상정한 안건들을 의결한다.

주목할 안건은 김 대표가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사 선임의 건이다. 김 대표는 이현 키움증권 부회장과 함께 이번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 후보에 올랐다. 김 대표가 키움증권 이사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주총을 통해 선임이 완료된다면 그룹 내 입지와 지분 등을 통한 이사회 장악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꼽힌다.

특이점은 존재한다. 키움증권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이 43.88%를 들고 있는 계열사 한국정보인증이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이던 키움PE 지분 40%(약 380억원)를 키움증권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키움PE는 김 대표가 현재 재직 중인 비상장사다. 김 대표가 키움증권 사내이사로 진입하면서 자신이 이끌던 키움PE의 지분 대부분을 미리 키움증권에 넣어두고 사실상 지배력을 이미 강화해 놓은 모양새다. 키움증권은 같은 날 키움투자산운용이 보유한 나머지 키움PE 지분 20%도 매입하면서 키움PE를 완전 자회사로 두게 됐다.

김 대표가 처음 가는 길이나 마치 활짝 열린 문으로 환영을 받고 걸어가는 듯한 들어가는 듯한 모양새는 또 있다. 올해는 키움증권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다시 달성하면서 그간 수익성 악화의 원흉으로 꼽히던 오너리스크를 완전히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시기인 탓이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 증가한 1조982억원이다. 이는 지난 2021년 1조2089억원의 영업이익을 따낸 후 3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입성한 결과다. 배경으로는 지난해 해외 주식 투자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1년 만에 한 곳도 없던 증권사 1조 클럽이 5곳(키움·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메리츠증권)으로 늘어난 기저 효과가 꼽힌다. 동시에 키움증권은 1조 클럽 동반 재입성에 성공한 대형 증권사들에 비해 자기자본이 5조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의 차이를 극복하고 거둔 성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시장과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키움증권의 지난해 성과는 공교롭게도 오너가 경영에서 손을 뗀 후 이어진 결과로 비치기도 한다. 모바일 주식 시장 강자 타이틀과 함께 수년간 소위 잘나가던 키움증권은 2023년 김익래 전 다우키우그룹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이 차액결제거래(CFD)로 인한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로 투자자들의 질타를 받으면서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듬해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연이어 홍역을 치렀다. 이에 키움증권은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난 6564억원에 그쳤고, 2023년 더 악화한 5647억원까지 추락했다.

키움증권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이머니의 최대주주이자 사실상 김 전 회장에 이어 경영 승계를 굳힌 김 대표의 이사진 합류와 함께 책임경영 등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더팩트 DB
키움증권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이머니의 최대주주이자 사실상 김 전 회장에 이어 경영 승계를 굳힌 김 대표의 이사진 합류와 함께 책임경영 등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더팩트 DB

그런 와중에 김 전 회장의 장남이 다시 배가 두둑해진 키움증권에 사실상 무혈입성을 예고하자, 의문을 자아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대표가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되더라도 키움PE 대표 등 자리를 내려놓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겸직 금지 규정에 따라 비상근 사내이사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지만, 엄연한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통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사회 의장석도 공석이다. 현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은 지난 지난 2023년 김 전 회장이 물러난 후 이례적으로 사외이사인 이군희 사외이사(서강대 교수)가 맡고 있으나, 임기는 3월 만료되고 올해 주총 안건에 그의 재선임 안건은 없다. 김 대표가 사내이사 선임과 함께 바로 이사회 의장직에 오르지 말란 보장도 없다.

경영 또한 지난해 구원투수로 등판해 수익성 개선까지 이룬 엄주성 현 키움증권 대표이사의 임기가 남아있어 김 대표의 승계 시점이 임박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김 대표는 그간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이머니의 지분을 33.13%까지 늘려놨기 때문에 사내이사 타이틀을 달고 키움증권 경영 전반에도 40%에 육박하는 소액주주 비율과 무관하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편 1984년생인 김 대표는 미국 남가주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 경영학석사를 취득한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하다 2011년부터 키움증권을 제외한 사람인, 다우기술, 다우데이타 등 다우키움그룹 계열사들을 고루 거쳤다. 2014년 다우기술 이사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2016년 다우데이타 전무, 2018년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맡았다. 키움PE 대표 직무는 2021년부터 수행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동준 대표는 다우키움그룹에 입사해 여러 금융 계열사를 거친지도 15년이 다 되가지만 뚜렷한 경영 성과라던가 재계는 물론 업계에서도 공식적으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금융인으로 불린다"며 "김 대표가 그룹 내 핵심 계열사 이사회로 합류하면 최대주주의 책임 경영 차원에서 키움증권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 마련과 주주환원책 확대 등을 기대해 볼 수 있으나, 실적이 개선된 시기에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자칫 김익래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로 신음하던 주주들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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