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매각 무산에 청산 가능성 확대…124만 소비자 어디로?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03.13 15:17 / 수정: 2025.03.13 15:17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포기…사실상 금융지주 외엔 '인수 어렵다' 의견
5000만원까진 보호…계약 이전 안될시 '소비자 피해' 확산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의 인수를 포기하면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소비자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팩트 DB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의 인수를 포기하면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소비자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면서 청산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MG손보의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해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산시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13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MG손해보험 보험계약을 보험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 차이 등으로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9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실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MG손보해보험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실사를 하지 못했다. 이후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28일까지 노조의 '실질적이고 완전한 협조' 약속과 당사가 수용 가능한 고용규모와 위로금 수준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한다는 의사를 예금보험공사에 전달했다.

이후 예보는 메리츠화재, 엠지손보 노조, 엠지손보 대표관리인에게 고용수준 등의 협의를 위한 회의를 요청했으나 MG손보 노조는 회의에 불참하면서 메리츠화재는 이날 우협 선정 지위 반납을 통보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현 시점은 엠지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한 2022년 4월 후 이미 약 3년이 경과한 상황이고, 매각절차가 지연되면서 엠지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면서 "이로 인해 시장에서도 엠지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번 사안에 대해 금융위·금감원·예보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MG손보가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MG손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 이후 총 다섯차례 매각이 무산됐다.

청산 수순을 밟을 경우 MG손보의 124만명에 육박하는 보험계약자의 피해도 우려된다. 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보험계약자 계약이 해지되고 예금보험금은 최대 5000만원까지만 지급된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보험계약자는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며, 보험 계약이 사라져 보장 기능을 잃게 된다.

MG손보의 보험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이전할 경우 피해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계약을 받아줄 보험사가 있어야 한다. 지난 2003년 리젠트화재가 청산될 당시에는 5개 보험사로 나뉘어 계약이전이 성사됐다. 계약 이전 시 조건은 동일하며 보험사만 바뀌는 것으로 고객의 피해는 사실상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강제할 수 없고 이전받는 보험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5대 금융지주 등 '뒷배'가 있는 보험사가 아니면 MG손보에 대한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MG손보의 재정건전성이 부실한만큼 유동성 지원이 필수적인데, 이를 해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이 사실상 금융지주사 뿐이라는 설명이다. MG손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지급여력(K-ICS)비율은 35.9%로 보험업법상 최소치(100%)를 한참 밑돌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MG손보에 대규모 자금 수혈을 해줘야 하는데,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자본성증권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유동성을 마련하고 지원할 여력이 있다"면서 "특히 보험계열사의 비중이 낮은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비은행 수익을 확보가 필요한만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늘리기 위해 MG손보를 인수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지주사 계열 보험사들도 인수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비중을 높이려고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는 중 MG손보보다 사정이 나은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했으나 끝내 포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업계 3위인 교보생명도 MG손보에 대한 인수를 검토했다가 건전성 문제로 포기한만큼,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보험사들도 여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지주사들 역시 손실을 감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MG손보 노조는 이날 "메리츠화재는 전체 직원의 10%를 승계하고, 고작 6개월의 위로금을 주겠다는 말도 안되는 조건을 내건 테이블을 꾸리더니 노동조합의 불참을 핑계 삼아 매각이 결렬된 것처럼 포장했다"면서 "이제 금융당국은 제대로 된 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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