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다이소가 초저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약사회 반발을 의식한 제약사들이 다이소용 제품 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이라 당분간 다이소 건기식 품절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다이소에서 건기식 판매를 유지한다.
다이소는 지난달부터 일양약품, 대웅제약, 종근당건강과 협업해 전국 200개 매장에서 비타민, 루테인 등 35종의 건기식을 5000원 이하로 판매했다.
그러나 이후 약사들의 거센 반발이 일자 일양약품은 다이소 출시 닷새 만에 철수 결정을 내렸다.
당시 대한약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유명 제약사가 수십 년간 건강기능식품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에 공급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규탄한다"고 밝혔다. 약사 커뮤니티에는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한 제약사의 일반 의약품(OTC) 불매 운동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일양약품과 달리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다이소에서 제품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초저가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우호적이자 판매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현재 대웅제약은 건기식 브랜드 '닥터베어'를 통해 종합비타민, 비타민B, 밀크씨슬, 루테인 등 약 26종의 건기식을 다이소에서 판매 중이다. '닥터베어'는 대웅제약이 다이소를 겨냥해 만든 브랜드로 일반 약국에서는 볼 수 없다.
종근당건강은 최근 다이소에서 유산균 건기식 '락토핏 골드' 판매를 시작했다. 3~4월 중 다이소에 입점하기로 한 2개 품목 중 '락토핏 골드'를 먼저 선보인 것이다. 해당 제품은 다이소에서 17포 기준 5000원이다. '루테인지아잔티'의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다이소용 제품 확장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양약품의 다이소 철수와 관련해 대한약사회의 법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사실관계 확인 등에 나서자 일단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웅제약은 국민 건강을 위해 다이소에 건기식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속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다이소와 계약도 있고 한번 맺은 계약을 빼려면 여러 가지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며 "다방면으로 상황을 계속 보고 있고 약사회하고도 소통 중이기에 현재 물품 확대 혹은 새로운 전용 브랜드 론칭 등은 이슈가 너무 큰 상황이라 결정된 게 없다"라고 말했다.
종근당건강 역시 판매를 지속하지만 현재 공정위 등 관련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종근당건강 관계자는 "자사 건기식 제품이 다이소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 중이지만 품목을 확대하거나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현재 다이소 건기식은 출시와 동시에 일부 매장에서 제품이 빠르게 품절되는 등 뜨거운 인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대부분의 건기식 제품이 품절 상태였다. 20대 여성 A씨는 "주변에서 저렴한 가격에 영양제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며 "사려고 하는 제품이 없어 다른 상품들을 보며 꼼꼼하게 비교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직원은 "지금 진열돼 있는 게 재고 물량 전부인데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며 "(일양약품의) 품절된 상품은 이제 살 수 없다고 보면 되고 다른 회사 제품들의 경우 언제 다시 물량이 들어오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경우 약국에 납품하는 의약품이 주된 영업이자 사업이기 때문에 약사들의 입장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이소가 워낙 커지고 있는 채널이고 소비자들에게 건기식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적합한 곳이기에 또 납품을 안 할 수 없어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