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김창수 F&F 회장이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의 성공 사례를 따라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외 패션 업황이 침체되면서 기존 라이센스 브랜드로는 성장이 어렵게 되자 골프용품 사업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LB', '디스커버리' 등 라이센스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패션기업 F&F가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테일러메이드는 아쿠쉬네트(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와 함께 글로벌 3대 골프 브랜드로 꼽힌다.
F&F가 테일러메이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기존 라이센스 브랜드 중심의 사업 성장세가 더뎌졌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과 중국의 경기 침체 속에서 F&F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8960억원, 영업이익 45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2%, 18.3% 감소한 수치다.
반면 일찌감치 3대 브랜드 중 하나인 아쿠쉬네트를 인수한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지난 2016년 아쿠쉬네트를 자회사로 편입한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4조2688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늘었고 영업이익은 21.3% 증가한 3681억원을 기록했다. 골프용품 사업을 맡고 있는 아쿠쉬네트가 북미 등 해외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나면서 휠라홀딩스의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어려운 패션 업황 속에서 골프사업의 유무가 F&F와 휠라홀딩스의 실적을 가른 것으로 나타나자 매물로 나온 테일러메이드에 대한 F&F의 욕심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창수 F&F 회장은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휠라홀딩스가 F&F보다 앞서 아쿠쉬네트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는 F&F가 휠라홀딩스 전략을 벤치마킹해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확보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F&F의 이같은 시도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F&F는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공을 들여왔다. 당시 테일러메이드 인수 우선협상권을 따낸 사모펀드(PEF)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펀드에 F&F는 총 558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출자했다. 업계에 따르면 F&F는 향후 테일러메이드 인수까지 염두에 두고 펀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대 출자자인 F&F와 이견이 생겨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몸값을 최대 5조원으로 보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반면 경영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F&F는 제3자 매각을 막기 위해 다른 출자자들에게 매각 반대를 권고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는 상황이다.
사실 테일러메이드가 5조원에 매각되더라도 F&F에 손해는 아니다. 인수금융(원금 및 이자)을 빼고 지분 가치만 원금의 4배로 올라 약 1조5000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F가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에 욕심이 큰 만큼 차익 실현보다는 향후 인수에 무게를 두고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때문에 업계는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둘러싼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의 몸값을 5조원으로 인정할 '큰손'이 나타나면 F&F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F&F가 2주 안에 5조원을 마련해 와야만 우선적으로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
5조원의 인수 자금이 부담스러운 F&F는 일단 제3자 매각을 최대한 막기 위해 우선매수권뿐 아니라 매각에 대한 사전동의권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매각을 원하는 센트로이드와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 돌파구가 절실한 F&F 입장에서 테일러메이드 인수는 포기하기 어려운 선택지"라며 "다만 5조원에 달하는 테일러메이드 몸값이 부담인 만큼 매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인수냐 차익 실현이냐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