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이 비상 경영 체제 속에서 재무 건전성 제고를 통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유 자회사 지분을 활용하고 비수익 자산을 매각하는 등 현금 흐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재무 전문가와 경쟁 화학사 출신 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분위기 전환도 꾀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PT Lotte Chemical Indonesia) 지분 25%에 대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하고 6500억원을 조달했다. 기업이 자본 조달을 위해 활용하는 금융 기법 중 하나인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이다.
LCI는 2016년 인도네시아 내 에틸렌 100만톤(t) 규모 석유화학공장 건설을 위해 설립된 회사로 연내 상업 생산을 계획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계약으로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던 롯데케미칼은 최근 석유화학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중국의 에틸렌 설비 증설로 공급이 증가했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타격이 불가피했다. 2021년 1조5356억원의 영업익을 냈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23년 3477억원, 지난해 894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적자 규모는 2023년 대비 157.4%나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지분을 통한 유동성 확보 외에도 투자 속도조절을 통해 현금흐름 개선에 힘쓰고 있다. 공장 가동 최적화, 원가 절감, 자산 매각 등으로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회사 LUSR을 청산하기로 했다. 지난 2월에는 이사회가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자회사 LCPL의 지분 75.01%를 979억원에 매각하는 안을 결의했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부문의 자산 경량화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사업 비중을 30% 이하로 축소하고 첨단소재 매출 비중을 70%까지 키운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자산매각·사업철수·투자유치 등으로 2조3000억원, 운영 효율화로 8000억원, 신규 투자 조정·경상투자 감축·운전자본 축소 등으로 1조90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첨단소재와 재무 전문가 영입으로 체질 개선의 고삐도 죈다. 경쟁사보다 높은 기초화학 비중 탓에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판단한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혜성 전 LG화학 기술연구원 분석센터장(전무)과 서휘원 삼양사 첨단소재 비즈니스유닛(BU)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회계·법률 전문 사외이사 재선임 대신 화학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두 인물을 영입하기로 한 것이다.
조혜성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30년간 재직한 석유화학산업 전문가다. 질량구조분석 전문가로 독자기술 확보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LG화학 최초의 여성 전무 임원으로 승진했다.
롯데케미칼 이사회는 "석유화학 산업 흐름에 대한 이해와 화학기술 전문성, 경영관리 역량 등을 기반으로 경영 현안에 적절한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서휘원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삼성제일모직 해외영업을 시작으로 사빅코리아 스페셜티제품 마케팅전략 담당, 한국바스프 첨가제사업부문장을 거쳐 2020년 삼양사 첨단소재 BU장으로 선임됐다. 삼양사에서는 금속·세라믹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소재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을 전담한 이력이 있다.
재무 전문가도 영입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하반기 화학군 전사 조직인 경영혁신부문을 신설했다. 롯데그룹 화학군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경영혁신부문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와 첨단소재뿐만 아니라 자회사와 주요 계열사의 사업을 점검하고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서 CFO 역할을 담당한 조의경 상무가 경영혁신부문을 이끈다. 1982년생인 조 상무는 29살의 나이에 제너럴일렉트릭(GE) 감사팀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뒤 아시아·태평양 부문 CFO를 지낸 재무통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진행하고, 신규 투자는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