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0년간 경쟁 관계에 있었기에 화학적 결합이 힘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보다는 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을 목표로 하는 기본 운영은 같기 때문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진행된 신규 CI(기업 아이덴티티) 론칭 행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이다. 조 회장은 지난 1월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메시지에서 '아시아나항공 회장'이라고 자칭하며 화학적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기존 대한항공 태극마크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한 새 CI를 공개했다. 새로운 항공기 도장은 로고 타입 'KOREAN'을 두껍게 표현했다. 최근 글로벌 항공사가 추구하는 현대성과 미니멀리즘을 반영했다는 것이 대한항공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2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한 뒤 최종 통합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창립 이념 수송보국(輸送報國)을 바탕으로 고객과 사회, 전 세계를 연결한다는 '존재 이유'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연결"을 제시한 상태다.
조 회장은 당장 직면한 과제는 인위적 구조조정 우려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처우가 대한항공과 많은 차이가 있다. 합리적인 선에서,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예정"이라며 "어느 한쪽에 우대는 절대 없을 것이다. 모두 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등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매 분기 점검해 보고하는 이행감독위원회를 꾸렸다. 이행감독위 구성원으로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대법원 양형위원과 황태희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교수 등이 선임됐다.
조 회장은 마일리지 통합 계획과 관련해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통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현재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당장 밝히기 어렵지만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독과점이라는 말이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면서 각 계열 저비용 항공사(LCC) 진에어와 에어서울·에어부산도 통합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품에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안길 예정이다. 다만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에어부산과 관련해 부산을 기본으로 하는 항공사로 노력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LCC 3사 시스템이 다르다. 분리 매각에 기본적인 입장은 크게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것"이라며 " 부산은 제2 도시로서 진에어가 에어부산 역할 이상을 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티웨이항공을 경영하던 예림당 측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했다. 올해 중 에어프레미아도 합병해 제2의 아시아나항공을 출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있다. 사모펀드가 이끄는 이스타항공도 엑시트(투자금 회수) 대상으로 언급된다.
항공업계 재편 속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진에어가 마주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진에어는 대한항공 산하 LCC로서 단거리 위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관광 수요가 많은 노선을 중심으로 취항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은 전 산업군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환율에 영향을 받는 항공업계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조 회장은 임직원이 뜻을 모으면 코로나19 당시처럼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은 이날 CI를 공개한 뒤 2년 뒤 아시아나항공을 완전히 통합할 때 새로운 승무원 유니폼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유니폼 디자인보다 능가하는 것을 만들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조 회장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처음 합병을 발표할 때 6개월 만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다"면서도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승인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으면서도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안전에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고 역할 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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