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의혹' 통신 3사, 대규모 과징금 초읽기…신사업 투자 위축 우려
  • 조소현 기자
  • 입력: 2025.03.11 00:00 / 수정: 2025.03.11 11:17
두 차례 전원회의…담합 인정시, 수조원대 과징금
전문가들 "신사업 투자에 미칠 영향 고려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6일과 지난 5일 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을 심의하는 전원회의를 두 차례 개최했다. /더팩트 DB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6일과 지난 5일 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을 심의하는 전원회의를 두 차례 개최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에 대한 결론을 조만간 발표한다. 조 단위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규모 과징금이 현실화하면, 통신 3사의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만간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 여부 및 수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26일과 지난 5일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을 심의하는 전원회의를 두 차례 개최했다. 전원회의는 재판으로 따지면 1심에 해당하며, 공정위 심사관(검사 역할)이 제재 필요성을 설명하고, 공정위원(판사 역할)이 사실관계를 검토한 뒤 논의를 거쳐 과징금 여부를 최종 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두 차례에 걸쳐 심의가 진행됐다"며 "결론은 의결서를 통해 공개되지만, 중요한 사건은 별도로 발표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지난 2015년부터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 지급 수준을 공유·조정하며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해 조사를 벌여왔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가 자사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 대리점 및 판매점에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번호이동 실적이 낮아지면 판매장려금을 늘리고, 실적이 높아지면 줄이는 방식으로 균형을 조정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보고 제재 절차를 진행했다.

통신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랐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더팩트 DB
통신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랐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더팩트 DB

통신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지난 2014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후 판매장려금 지급을 30만원 이내로 유지하도록 행정지도를 해왔다. 장려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공정위에 통신 3사가 담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공정위는 기업들이 담합한 게 아닌가 보고 있지만,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단통법에 따라 준수해 왔다는 입장"이라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했던 통신사들의 행위가 과도하게 단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담합이 인정되면, 통신 3사는 수조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공정위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에는 SK텔레콤에 1조4091억~2조1960억원, KT에 1조134억~1조6890억원, LG유플러스에 9851억~1조641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적시됐다.

일각에서는 과징금 부담이 통신사의 신사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면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방통위의 행정지도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 것이라면 담합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통신사들이 AI 도입 등을 통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는 상황에서, 적정 수준의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밀리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과징금이 신사업 투자에 미칠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심의 결과는 통신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므로, 심사보고서에 적시된 최대 금액이 그대로 부과될 가능성은 작다. 또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통신사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심사보고서의 의견은 단순히 기준점을 제시하는 의미가 강하다"며 "실제 과징금은 감경되는 경우도 잦다. 과거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던 CJ올리브영의 경우 심사보고서에서 최대 6000억원의 과징금을 예상했으나, 실제 부과된 과징금은 19억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항소 및 상고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며 "과징금 부과를 취소시킨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4년 소주가격 담합 사건, 지난해 해운사 담합 사건을 보면 시장 가격을 통제하는 법령이나 정부부처가 존재하는 경우, 담합이 성립되지 않음을 판결하는 주요 근거가 돼왔다. 공정위원장이 통신 3사 담합 사건에 대해 '과도한 기업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우려를 완화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사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발표가 나와야 대응 방침을 정할 것"이라며 "아직은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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