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조선 훨훨 나는데…한화그룹 '아픈 손가락' 된 한화솔루션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03.10 12:05 / 수정: 2025.03.10 12:05
한화에어로·오션 실적 상승 대비
솔루션 핵심 축 '케미칼·신재생에너지' 동반 부진
한화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업황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더팩트 DB
한화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업황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한화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업황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방산과 조선은 우호적인 대외환경에 힘입어 호황을 이어가는 반면 그룹 내 효자 노릇을 했던 에너지부문 핵심계열사 한화솔루션은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3002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7383억원, 2022년 9237억원, 2023년 6045억원 등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훌쩍 넘기며 그룹 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충격적이다.

2020년에 기존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등 한화그룹 내 계열사를 통합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을 봤다는 점에서도 뼈아프다.

한화솔루션의 출범 뒤 첫 연간 적자는 핵심사업인 태양광과 케미칼 양축이 모두 부진한 데 따른 결과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부문에서 5조7658억원, 케미칼 부문에서 4조8172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각 부문에서 2575억원, 1213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한화솔루션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던 2022년에는 케미칼 부문에서만 5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더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도 36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화학은 한화그룹이 재계 10위권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업이다. 태양광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사업 초기부터 일찌감치 공을 들여온 분야다.

'아픈 손가락'이 된 한화솔루션의 고전은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대조적이다.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조724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국내 방산 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90% 늘었다. 한화오션 역시 지난해 23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20년 이후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 한미협력을 강조한 분야가 조선인 만큼 한화오션의 수혜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존 펠런 미국 해군장관 지명자는 지난달 2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한 질의에 "(한국의) 한화는 최근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며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이곳(미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내 생각에 매우 매우 중요(critical)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 지분 100%(한화오션 40%, 한화시스템 60%)를 인수했다.

한화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업황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2024년 11월 20일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그룹
한화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업황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2024년 11월 20일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그룹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의 실적 호조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 3월 저점 대비 3배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지난해 5월 고점 대비 40% 가까이 내렸다.

국내 화학산업이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과거와 같은 호황이 찾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한화솔루션이 과거처럼 한화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올해 3분기부터 시황 개선을 기대해봄직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사업부 생산·매출의 약 90%가 미국에서 발생하는데 미국 태양광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며 "2023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의 태양광 수입량은 수요(태양광 설치량)를 상회했지만, 관세 예비판정 이후 지난해 4분기 수입량이 감소했다. 올해 수입량이 감소한다면 태양광 설치량이 감소하고 수급 밸런스는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3분기부터 시황 개선을 가정해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2000억원으로 기존 대비 15% 상향하고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올렸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원도 "미국 태양광 모듈 재고 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라며 "가격 반등이 충분히 가능하며 올 하반기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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