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에 화물운임 급락…해운·항공업계 '비상'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3.10 11:19 / 수정: 2025.03.10 11:19
SCFI·BAI00 동반 하락…운임 하락 가속화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글로벌 물동량 감소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을 반영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기준 1436.30을 기록하며 1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남용희 기자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을 반영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기준 1436.30을 기록하며 1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글로벌 해상 및 항공 화물 운임이 급락하면서 해운·항공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와 함께 미국의 강력한 관세 정책이 물동량 감소를 초래하며 운임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계는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경영 전략 재편에 나서고 있다.

◆SCFI·항공운임 동반 하락…운임 급락세 가속화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을 반영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기준 1436.30을 기록하며 1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들어 42.7% 하락한 수치이며, 지난해 7월 첫째 주(3733.8) 대비 61.5% 급감한 수준이다. SCFI가 1500선을 밑돈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517달러로 두 달 만에 46.2% 급락했으며, 유럽 노선 운임도 같은 기간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582달러로 35.1% 하락했다. 아시아 역내 노선 역시 영향을 받으며 한국-중국 간 해운 운임도 동반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운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해운뿐만 아니라 항공 화물 운임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발틱항공운임지수(BAI00)는 지난 3일 기준 2034.0으로, 지난해 12월(2602.0) 대비 21.8% 감소했다. 통상 항공 화물운임은 해운 운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미국의 보호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무역 갈등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MM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블레싱호. /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미국의 보호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무역 갈등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MM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블레싱호'. /HMM

업계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운임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4일부터 추가로 10%를 더 부과했다. 이에 기업들이 관세 시행 전 물량을 미리 밀어내는 전략을 택하면서 일시적인 수요 증가가 있었으나, 관세 시행 이후 물동량이 급감하며 운임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

특히 전자부품, 자동차 부품 등 주요 산업군에서 수입 물량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공급망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과정일 수 있어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항공업계, 생존 전략 마련 총력

운임 하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운·항공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미국의 보호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무역 갈등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과 전 세계 교역 위축으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HMM은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을 포함한 친환경 선박 도입을 지속하고 대서양·인도·남미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신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해 발표한 2030 중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선대 확장·포트폴리오 다각화·친환경 규제 대응·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화주 및 포워딩(운송주선업체)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규 시장 개척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화주 및 포워딩(운송주선업체)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규 시장 개척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항공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화주 및 포워딩(운송주선업체)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규 시장 개척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와 AI 기술 발전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화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 이를 전략적으로 공략해 화물 운송 실적을 방어할 방침이다. 다만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 유가·환율 변동 등 외부 요인이 커지고 있어 수요 변동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전자상거래 기반 신규 화주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목적지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화물전용항공사 및 조인트 벤처(JV)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ESG경영 강화를 위해 지속 가능 항공연료(SAF) 사용을 확대하고 친환경 비닐 및 경량 컨테이너 사용을 가속화하는 등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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