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분쟁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됐다. 영풍·MBK 연합은 이사 수 상한 안건 효력 정지 등으로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노린다. 집중투표제 안건을 살린 최 회장 반격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은 이달 말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총을 통해 이사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월 임시주총을 통해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의 이사회 구조는 18대 1이 됐으나, 법원 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7일 영풍이 신청한 고려아연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집중투표제 외에 이사 수 상한과 최 회장 측 이사 선임 등 안건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영풍 주장을 받아들였다.
집중투표제가 소수주주에 유리하기 때문에 외형상 지분율에 밀리는 최 회장 측에 유리하나 영풍·MBK 연합은 지분율 우위를 앞세워 이번 정기주총 이후 1~2번 임시주총을 더 열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해외 자회사(손자회사) SMC(썬메탈코퍼레이션)를 통해 만든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 순환출자 구조도 깼다. 영풍은 7일 이사회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25.42%를 현물 출자해 유한회사 와이피씨를 새롭게 설립하기로 했다.
최 회장 측은 지난 7일 법원 판단 이후 방어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법원 결정 전날인 6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주관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 현장을 찾아 "법원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일부 인용 결정에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정기주총을 앞둔 최 회장 측은 와이피씨 신설 의결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반격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 회장 측은 영풍·MBK 연합이 만들어진 것도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와이피씨 신설도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정기주총이 영풍·MBK 연합의 뜻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법원은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면서도, 영풍이 신청한 임시 의장 선임 등 안건 상정 가처분은 기각했다. 정기주총 의장은 임시주총(박기덕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최 회장 측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이 가족회사 영풍정밀을 통해 영풍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영풍정밀은 집중투표제 도입 등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7일 영풍 측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도 영풍정밀 가처분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결국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장기화는 기정사실화됐다는 평가는 지배적이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해 9월 경영협력계약 체결 이후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 우위를 점한 뒤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최 회장 측 저항이 거세지면서 아직까지도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사태로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으며, 영풍은 환경 오염 논란으로 주력 사업장 석포제련소 조업이 중지된 점이 부담이다
영풍·MBK 연합은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선 상태다. 영풍은 10일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집토끼 환심 사기에 나섰다. 영풍은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며 "일반주주들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으로, 주주와의 소통·신뢰 강화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 속 양측 사법리스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리스크에 좀 더 노출된 쪽은 최 회장 측이다. 법원이 임시주총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등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아울러 서울남부지검은 금융감독원 수사 의뢰에 따라 지난해 유상증자 사태와 관련해 최 회장 등을 조사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경영협력계약 과정부터 위법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개매수 과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논란도 있다. 와이피씨 설립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최 회장 측은 "영풍이 총자산 70.52%, 자기자본 대비 91.68%에 달하는 회사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총 의결도 없이 현물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영풍은 "상법 규정을 마음대로 해석한 아전인수격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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